[사설]인공지능 표준전쟁에 소홀해선 안돼

에릭슨, 노키아, 모토로라는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을 호령했다. 그러나 지금도 휴대폰 산업에서 보이지 않는 강자로 통한다. 기술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독자 브랜드 단말기 사업은 중단했거나 축소했다. 그럼에도 휴대폰과 이동통신 기술 분야에서는 유의미한 기업이다. 원천 표준특허를 바탕으로 해마다 꽤 많은 라이선스 비용을 거둬들이고 있다. 그만큼 국제표준 선점은 중요하다.

3년 전에 벌어진 인간과 기계 대결은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바둑판을 두고 인간 천재와 인공지능(AI) 최고수가 마주앉았다. 알파고와 이세돌 대국이 펼쳐진 지 3년이 지났다. 반상에서 이뤄진 이벤트를 계기로 AI는 우리 일상으로 다가왔다.

AI는 이제 의료, 바이오,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신산업에 속속 접목되고 있다. 구글·아마존·애플 등 미국 기업들은 자율주행, 도우미 역할로서의 AI 실험에 들어갔다.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방대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AI 표준 선점에 나섰다. 한국에서 규제에 묶여 쓸 수 없는 데이터도 중국에서는 활용이 가능하다. 일본은 로봇 강국답게 AI와 로봇 결합을 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AI 표준 전쟁에서 뒤처지는 모습이 안타깝다. 미국 등 주요 경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AI 분야 표준화 예산은 물론 인력과 인프라 역시 부족하다. 지금이라도 무형 자산에 대한 정부 당국의 관심과 투자 확대가 요구된다.

표준 전쟁은 멀리 내다봐야 하는 마라톤 경주와 같다. 당장 눈앞에 이익이 창출되지 않는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국가대계를 위해 중장기 정책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원천 기술과 표준특허를 확보하는 국가와 기업만이 미래 신산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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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판독하는 화면. 일반 흉부 엑스선 영상(왼쪽)과 루닛 인사이트 실행화면(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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