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과 클라우드가 개인의 생활패턴만 바꾼 건 아니다. 슬랙이나 스윗같은 커뮤니케이션 툴들이 기업 내 소통을 쉽게 하며 업무의 속도와 유연성을 높이기 시작했고, 세일즈포스나 워크데이는 기존에는 아주 진지하고 무거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만이 처리할 것으로 여겨졌던 재무, 인사와 영업 프로세스를 모바일과 멋진 UI를 통해 처리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렇게 쿨한 기술들 사이에서 ERP의 혁신을 얘기하는 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사용자에게 친절하지 않았던 UI와 수많은 인터페이스를 요구했던 전통적인 온프레미스 ERP를 떠올리는 사람들에겐 더욱더. 하지만 ERP는 여전히 회사의 가장 중요한 시스템 중 하나의 지위를 잃지 않고 디지털 혁신의 백본을 담당한다.
디지털 혁신에서 비즈니스 코어 프로세스와 시스템(ERP)의 중요성
모바일 앱으로 주문받고 드론이 30분 만에 배달하는 멋진 디지털 경험을 예를 들어보자. 심플한 UX를 갖춘 모바일 앱과 충분한 배터리와 목적지를 찾아가는 자율 주행 기술을 탑재한 드론 기술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사실 주문한 제품을 드론이 고객에게 배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업무들이 그 뒤에서 돌아가야 한다. 배송지에 따라 어떤 출하 장소에서 드론이 떠야 하는지, 출하 장소에 고객이 필요로 하는 사양의 상품의 재고는 충분한지 실시간으로 파악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기존 주문 데이터로부터 다양한 제품의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구매 혹은 생산 계획을 세워서 재고를 확보해야 한다. 이 모든 일들이 아주 빠르게 일어나야 주문 30분 만에 드론이 물건을 앞마당에 내려놓는 멋진 혁신이 완성된다.
결국 기업의 핵심 프로세스인 개발, 구매, 제조, 물류, 마케팅, 판매, 서비스 프로세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디지털 혁신의 고객 혁신은 프론트엔드의 경험으로만 제한될 위험이 클 터.
클라우드 환경으로 달려가는 ERP
이렇듯 ERP가 비즈니스 크리티컬한 시스템이기에 그동안은 혁신이나 유연성보다는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한 보수적인 접근방법이 일반적이었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보편화되고 있는 클라우드 인프라로 IT자원을 옮길 때도 ERP는 항상 이관 로드맵의 가장 끝에 있기 일쑤. 클라우드의 안정성과 중요한 기업의 핵심 데이터의 보안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이유였다. 일반적으로 ERP에 필요한 IT자원은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었기에 클라우드 환경의 가장 큰 이점 중 하나인 IT자원의 유연성이 전통적인 ERP에는 큰 영향이 없는 점도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희석시켰다.
이제 이런 ERP와 같은 핵심 애플리케이션이 클라우드로 넘어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Cloud Security Alliance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70%에 가까운 기업들이 ERP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이미 이관 중이거나 이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클라우드 이관의 가장 큰 이유로는 신기술 수용과 비용 절감을 꼽았다.
SAP ERP를 아마존 웹서비스(AWS) 클라우드 인프라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방산회사 록히드마틴이 SAP ERP on HANA를 AWS 클라우드 인프라로 구축하는 등 ERP/하드웨어 교체시기가 되거나 새로이 ERP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는 클라우드 환경이 일반화되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LS글로벌 등 40개 이상의 기업이 이미 SAP on AWS로 이관 운영 중이고 클라우드 인프라 MSP 회사 메가존 클라우드는 최근에 매트리스 혁신 회사 지누스의 ERP를 AWS 클라우드 환경에 성공적으로 구축하기도 했다.
이렇듯 미션 크리티컬 시스템인 ERP가 급격히 클라우드 인프라로 전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는 필수가 되어버린 디지털 혁신이 그 첫째 이유이다. 앞서 드론 시나리오뿐 아니라 IoT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빅데이터를 머신 러닝을 통해 분석하고 의사결정하는 등 다양한 신기술이 기업의 핵심 프로세스와 통합되어야 디지털 혁신이 완성된다. 이를 위해서는 ERP 등 핵심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과 다른 시스템들이 데이터와 프로세스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고 그에 따라 IT 시스템 자원 유연성과 최신 기술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SAP가 HANA와 같은 혁신 애플리케이션 기술들을 지속적으로 도입하는 상황에서 장비와 애플리케이션 기술이 손잡고 항상 최신 기술을 손실 없이 도입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환경이 필수다.
둘째, 핵심 비즈니스에 대한 IT 지원과 그에 따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클라우드가 필요하다.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 속도는 계속 가속화되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IT기술의 역할은 더욱 커져만 간다. 빈번히 일어나는 인수합병과 글로벌 해외 지사의 적시 지원에는 클라우드 인프라는 필수적이다. 실시간으로 바뀌는 시장의 요구사항을 모바일 앱에 고객 경험으로 담아내는데 클라우드 인프라는 필수적이다. 디자인 싱킹 등 소규모의 파일럿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비즈니스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방법론에 클라우드 인프라는 필수적이다. 주변 환경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데 시간과 돈과 노력을 줄이고 비즈니스의 핵심에 집중하려면 클라우드 인프라는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우려되었던 클라우드의 안정성과 보안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하늘은 무너지지 않았고 클라우드의 안정성과 보안은 온프레미스에 비해 오히려 강화되어왔다. 클라우드로 전환하면서 오히려 보안에 이점이 발생한다. 클라우드 보안 인프라의 접근성은 높아진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와 전문 보안 솔루션을 즉시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다. 클라우드 환경에서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더 전문적인 인프라 방어가 가능하다. 은행이 집보다 안전하다.
ERP를 위한 보안 영역으로는 IAM, Firewalls, vulnerability Assess, IDS/IPS 등이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데 대형 클라우드 인프라 제공 벤더와 새로운 클라우드 보안 솔루션들의 경험과 기술은 진화하고 있고 클라우드 MSP 회사가 이를 통합하여 보안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메가존 클라우드가 AWS 상의 SAP HANA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 구성한 서비스가 한 예이다. AWS 상의 ElasticSearh 서비스를 이용하여 로그 데이터를 통합하고 GuardDuty를 이용하여 내외부의 위협 현황을 가시화하여 OS단부터 애플리케이션까지 통합 모니터링한다.
변화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의 클라우드 전환은 필수적이다. 다음에는 ERP가 클라우드로 가기 위해 고려할 점과 사례를 좀 더 상세히 얘기해보겠다.
김성진 sj@megazone.com, 메가존 클라우드 상무. GE, SAP, Siebel, PwC, 삼성 SDS에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및 클라우드 컨설팅/구축/영업/사업개발을 담당하며 디지털 혁신에 집중해 왔다. 현재는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 기업 메가존 클라우드에서 사업 개발과 공공 영업 본부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