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中통령' 선거전 돌입, 후보 5인 협동조합 살리기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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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만 중소기업인을 대변하는 '중통령(중소기업 대통령)'을 뽑는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공식 후보 등록 첫 날,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6명 가운데 5명이 출사표를 냈다. 여러 경로로 출마 의사를 밝혀온 박상희 미주철강 회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5파전으로 선거가 치러진다.

중소기업중앙회장은 5대 경체단체장 중 한 사람이다. 현 정부가 '중소기업 중심 경제'를 표방하면서 위상과 역할이 더 커졌다. 중기중앙회 부회장단 23명에 대한 추천권을 가지며 중앙회가 최대 주주(32.93%)인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도 겸직한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방북단으로 평양을 방문하는 등 앞으로 펼쳐질 남북 경제협력의 핵심 주체로도 꼽힌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중소기업계가 마주한 굵직한 경제 현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차기 중기중앙회장 선출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제26대 중기중앙회 회장 후보에는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 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 이재광 광명전기 대표,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기호 순)가 등록을 마쳤다.

전임 중앙회장 혹은 전·현직 부회장으로 중앙회 운영과 중소기업 정책에 다양한 목소리를 낸 인물들이다.

◇협동조합 지원·활성화에 한 목소리

모든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세운 대표 공약은 '조합 활성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업종별로 조직된 각급 협동조합으로 구성된 경제단체다. 전체 중소기업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무엇보다 '협동조합'이 조직 근간이다.

간선제로 치루는 회장 선거 역시 각 조합 이사장·회장이 투표권을 행사한다. 표심을 잡기 위해서라도 각급 조합에 대한 지원책 마련은 여러 공약 중에서도 우선순위에 놓인다.

현 중기중앙회 부회장인 원재희 대표(한국폴리부틸렌공업협동조합 이사장)는 가장 직접적인 조합 지원 방안을 제시한 후보다. 중기중앙회가 사회 현안에 대응하거나 정부 정책 제언하기에 앞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조합에 운영비라도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 대표는 중앙회가 보유한 일부 자산을 처분해서라도 500억원 이상을 마련, 조합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재 중앙회 보유 자산은 4조원 대로 알려져 있다.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과 용인 인력개발원,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 등도 소유했다.

'단체수의계약 부활'도 조합 자생력 강화를 위한 방책으로 거론된다. 이재광 대표와 주대철 대표가 첫 손에 꼽는 공약이다.

단체수의계약은 정부가 지정 공고한 물품을 공공기관이 구매할 시 해당 중소기업 협동조합과 수의계약으로 구매하는 제도다. 안정적인 중소기업 판로 보장과 품질 향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했으나 불공정한 물량 배정, 과보호로 인한 경쟁력 저하 등이 문제가 돼 2007년 완전 폐지됐다.

두 후보는 제도 폐지로 조합의 영향력과 자생력이 상당 부분 쇠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드러난 제도 미비점은 정책적으로 보완하더라도 당장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중소기업이 살기 위해서는 단체수의계약 부활로 조합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김기문 대표는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기업을 위한 '소기업 수의계약' 문제 해결과 중소기업 최저가 입찰 타파에 보다 힘을 실었다.

중소기업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소기업 전용은행'에 대한 공약도 눈에 띈다. 대부분 금융권이 자금이 풍부한 대기업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제공하고 중소기업에는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상황을 타개한다는 취지다.

이재한 대표는 IBK기업은행과 협업을 확대함과 동시에 중소기업에 특화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경영난을 겪는 기업과 조합을 위한 보증기금을 활성화하고 보증·대출을 취급하는 중소기업 전담 금융기관이다. 김기문 회장 역시 중소기업 금융 인프라 구축을 위한 중소기업 전문은행 설립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중앙회 내 조합 지원을 위한 전담 조직 확대, 회원사(조합) 간 거래 활성화 등 다양한 조합 활성화 방인이 모든 후보에게서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최저임금·근로시간 이슈 놓고 정부 교섭력도 관건

중소기업 최대 현안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두고 회장이 갖출 대(對) 정부 교섭력도 관건으로 꼽힌다. 지난해 정부 소득주도성장 기조가 거세게 몰아치는 가운데 중앙회의 대응력이나 존재감이 다소 부족했다는 비판이 크기 때문이다.

후보 5인은 모두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역시 1년 이상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에 같은 목소리를 냈다.

정부와 관계 맺음에 있어서도 긴장감과 소통을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 했으나 세부적인 실행 전략에서는 일부 차이를 보였다.

김기문 회장과 주대철 대표는 '할 말하는 중기중앙회'를 기본 모토로 내세웠다. 정부 정책이나 노동계에 끌려 다니는 조직이 아니라 선제적인 대응으로 중소기업 목소리를 제때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이재광 대표와 원재희 대표 역시 현 중앙회가 제대로 역할을 못한 부분에 대해 쓴소리와 함께 경우에 따라 단호한 대응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한 대표는 현 정권 및 정치권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5선 의원으로 국회 부의장까지 역임한 부친의 영향을 받아 여·야를 불문하고 폭 넓게 교류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는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장을 맡았다.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에 중소기업 현안과 애로를 적시에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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