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검토 중인 수입자동차 관세가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미래 기술을 겨냥한 제한적 수입규제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중국의 미래차 기술 확보를 견제하는데 무게를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미국 무역 전문매체 '인사이드 US 트레이드'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자동차 수입에 따른 미국 산업의 피해와 해결방안 등을 담은 보고서에서 세 가지 수입규제 방안을 제안했다.
첫 번째 방안은 모든 자동차와 부품에 추가로 20∼25% 관세를 부과하는 것, 25% 관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5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상무부에 자동차와 부품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을 때부터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됐다.
두 번째 방안은 △자율주행(Automated) △커넥티드(Connected) △전기화(Electric) △차량공유(Shared) 등 ACES 차량 기술 수입을 제한한다. ACES 차량 또는 관련 부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일률 관세보다 적용 범위가 좁고 ACES 기술보다는 넓은 폭의 관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무부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여부와 구체적 방안을 최종 결정하는 구조다.
앞서 상무부는 철강 보고서를 제출했을 때도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상무부의 자동차 보고서 제출 기한은 오는 2월 17일이다. 백악관은 지난해 11월 보고서 초안을 제출받아 검토한 뒤 수정 보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드 US 트레이드는 그동안 상무부가 여러 초안을 작성했으며, 먼저 만든 초안은 일률적인 관세만 제안했지 특정 기술에 대한 관세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자동차 관세의 무게중심이 관세 범위를 ACES로 제한하는 것으로 옮겨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관세 범위를 ACES로 한정하는 것이 '중국제조 2025'를 비롯해 중국의 첨단 기술 확보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미국 내 경제단체는 물론 자동차 업계조차 광범위한 자동차 관세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제한적 관세가 보다 설득력이 있다는 관측이다.
ACES에만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경제계와 유럽·일본·한국 등 동맹국 반발을 줄이면서 중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을 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작년 5월 23일, 보도 자료에서 미국 내 자동차와 부품 생산 감소가 커넥티드 차량 시스템, 자율주행차, 연료전지,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 첨단 기술 관련 연구개발과 일자리 위축을 초래했는지도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로선 전체 대미 수출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제한적 관세가 더 유리하다. 다만 최신 중대형 모델은 일정 부분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관세를 완전히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