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과학기술이 더 발전하고 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을 융합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연구자 스스로 어느 한 분야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자기 분야와 다른 분야를 결합하는 일에 나서야 합니다.”
이석재 나노종합기술원 나노바이오개발팀장은 학제 간 연구 확대가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과 새로운 성과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스스로 학제 간 연구로 전에 없던 성과를 냈다. 다양한 질병을 손쉽게 진단할 수 있는 모듈형 나노바이오센서·칩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미세유체칩으로 다양한 바이오 마커를 검출해 현장에서 쉽고 빠르게 질병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향후 보다 간편하게 질병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를 제공하고, 원격 진료와 같은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게 된다.
이 팀장은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 이 센서·칩을 개발했다. 여러 학문을 공부한 본인 지식과 경험을 담았다.
이 팀장은 화학공학과 생물공학으로 학문을 시작했지만 이후 생물공학 기반 센서·칩 연구에 매진해 지금에 이르렀다. 나노바이오 센서·칩 분야에만 20년 가까이 헌신했다.
“어려서부터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생물 연구에 관심이 많았는데, 순수 학문보다는 눈에 보이고 손에 닿는 응용분야가 더욱 끌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 관심사에 맞게 성과를 내려면 한 가지 학문으로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론 센서·칩 개발이 쉽지는 않았다. 순수 생명과학은 물론이고 의학, 센서, 나노소재, 반도체 등 필요한 학문 분야가 많고 넓었다. 많은 분야를 공부한 그지만 모두를 아우르기는 역부족이었다. 애초에 한 개인이 학문 모두를 깊이 파고드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가 내린 답은 '협력'이었다. 각 분야 전문가와 협력하고 소통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꾸준하게 각 분야 전문가와 관계를 다져 생명공학을 기반으로 센서·칩을 개발했다.
또 의학계와 협력해 이것이 실제로 병원에서 혹은 질병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을 들였다. 갖가지 공동 연구, 협력 연구가 없었다면 오늘날 질병진단 나노바이오 센서·칩 개발은 불가능했다.
이 팀장은 “아무리 천재라도 여러 개 학문을 박사급으로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끊임없는 외부 협력으로 기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팀장은 자신 경험에 비춰 후배 연구자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열린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연구자가 협력 과정에서도 자신의 지식과 노하우를 공개하기 꺼리는데, 이러면 원하는 성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노하우와 지식을 공개하지 않고 남의 것을 바라기만 한다면 학제 간 연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내 것을 내어줄 때 남의 것도 받을 수 있다”면서 “경험상 서로 경계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할 때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