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시설 사고에도 정보화는 뒷전...지적재조사도 더뎌

새해에도 지하시설 정보화 작업이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적도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지적재조사 사업도 현 예산으로는 완료까지 수십 년이 필요하다.

지난해 KT 통신구 화재, 백석역 온수관 사고 등 지하 사고가 끊이지 않았지만 지하시설 정보화는 후순위로 밀렸다. 정부가 사고·분쟁 예방은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 기본이 되는 디지털 공간 정보를 홀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올해 지하 안전확보를 위한 지하공간 통합지도 사업 예산은 당초 계획 70억원 절반인 35억원에 불과하다.

지하공간 통합지도는 핵심 지하시설물과 지하구조물, 지반 등 총 15종 지하정보를 3차원 기반으로 보여주는 자료다. 지하시설물에는 상·하수도, 통신, 전력, 가스, 난방 등 중요 시설이 들어간다. 지하철, 지하보도, 차도, 상가, 주차장 등 지하 구조물과 지질 등 지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지도다.

지하공간통합지도 구축사업은 2014년 서울 송파구 등에서 싱크홀이 갑자기 생기면서 사고 대응 차원에서 이듬해부터 추진됐다. 예산 20억원 안팎 수준이어서 수도권 일부와 대도시 일부만 완성됐다.

지난해 잇따른 지하시설 사고로 지하시설물 경각심이 커졌지만, 올해에도 수도권 10여개 지도만 구축 예정이다. 나머지 수도권 일부 도시와 지방에서는 지상·지하공사 때 핵심 지하시설 위치를 추정만 할 뿐 정확한 위치를 모른 채 공사해야 한다.

공간정보의 기초 인프라인 지적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지적재조사 사업도 부족한 예산 때문에 기존 계획보다 수십년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적불합지를 해소하고 종이지적을 디지털지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지적재조사사업을 2012년부터 추진 중이다. 2013년 기본계획에서는 총 1조3000억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평균 600억원 예산을 투입해야 하지만 실제 반영은 4분의 1에 그쳤다. 그동안 진척했어야 할 계획 분량의 절반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2030년이 아니라 2070년에나 사업이 끝난다.

자율주행자동차·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첨단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높으면서도 이를 운영하는 데 기본이 되는 공간 정보는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합지도를 비롯해 정확한 공간 정보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 같다”면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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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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