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50>만드는 것 못지않게 어떻게 전달할지에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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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스타트업이 저지르는 착각 중 하나가 제품만 잘 만들면 고객에게 해당 제품을 전달하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전개되는 물류 트렌드를 보면 만드는 것 못지않게 이를 고객에게 적시에 전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경쟁력으로 대두됐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소비활동 확대로 물류산업은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5년 7월 이후 시가 총액 기준 세계 최고의 물류기업이 오프라인 중심의 월마트(Walmart)에서 온라인 중심의 아마존(Amazon)으로 바뀐 것은 이러한 관점에서 어찌 보면 이미 예견된 사건이었다.

국내 물류산업만 하더라도 2000년 이후 연평균 7.3%씩 성장했다. 관련 기업체 수는 2000년 10만개에서 2015년 20만개로 증가했다. 종사자 수 역시 같은 기간 동안 34만여명에서 63만여명으로 각각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물류산업은 양적인 측면에서는 분명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평가를 하기 힘든 실정이다. 물류 기업 상당수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물류기업 평균 매출액은 2000년 4억원에서 2015년 5억9000억원으로, 연평균 2.6% 증가하는데 그쳤다. 1인당 매출액 역시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3.1% 증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수치는 같은 기간 물류산업 전체의 성장률이 7.3% 수준임을 감안할 때 저조한 성과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인 이 시점에서 왜 대부분의 물류기업은 영세한 형태로 양적인 성장만 거듭한 것일까. 해답은 물류서비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물류서비스 수요는 사전에 철저히 기획된 대규모 기업형이 아니라 소량의 다품종 개인 단위 물류서비스다. 이 같은 변화는 물류기업으로 하여금 일상 소비 활동에서 즉각적이고, 즉흥적이며, 산발적으로 유발되는 다품종 소량 물류 수요에 대응력을 요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류기업이 선택한 해법 중 하나가 바로 아웃소싱이다. 언제 어디서 갑자기 물류 수요가 유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국 물류 수요를 수용하기 위한 시스템을 모두 내부화하는 것은 막대한 고정비용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택배회사부터 오토바이 퀵서비스, 지하철 택배 등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외부 기업을 활용해 온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대두되는 여러 신기술은 물류기업에게 개인화·맞춤화된 물류 수요에 대응하는 새로운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아마존은 물류창고로봇 '키바'를 도입해 물류센터 운영비용을 절감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 역시 그간 물류 현장에서 사람에 의해 관리되던 정보를 IoT 센서가 대신 파악한 뒤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모니터링하는 형태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만가지 종류 물건을 보유한 물류창고에서 어떤 물건을 앞에 보관하고 어떤 물건을 뒤에 보관해야 할지, 또한 어떠한 체계로 보관해야 할지 결정할 때 물류·소비활동과 관련된 빅데이터는 유용한 근거를 제공해 주고 있다.

아마존이 물류 체계를 이처럼 첨단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곳은 월마트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의 최종 구매 여부를 예측해 당일 배송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월마트는 관련 인공지능 기술 등의 미비로 인해 배송까지 평균 이틀 정도가 소요된다.

이러한 사실은 점차 물류 부분이 회사 간 뚜렷한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반증한다.

지금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만 관심을 두고 있는 창업가가 있다면, 해당 제품을 어떠한 방식으로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지도 다시 한번 점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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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박정호 KDI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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