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며 한국을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
중국이 중소형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중국 주요 패널사가 중소형 OLED 투자 일정을 일부 늦추면서 한국에 이어 중국도 투자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중소형 OLED 투자 계획에 신중한 한국 패널사에 비해 중국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며 한국을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최근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지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가 네 번째 플렉시블 OLED 공장 'B15'를 푸저우에 투자하기로 확정했다. BOE는 푸저우시 정부와 협약을 맺고 총 465억위안(약 7조5700억원)을 투입해 월 4만8000장 생산능력 규모 공장을 짓기로 했다.
BOE는 이달 초 세 번째 플렉시블 OLED 공장 B12 기공식을 개최했었다.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네 번째 공장 투자를 확정한 셈이다. 당초 B15 팹은 들어설 위치가 확정되지 않았으나 상당히 빠르게 지방정부와 협의하면서 투자에 속도를 내게 됐다.
이번 투자를 결정함에 따라 BOE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세계 최대 6세대 플렉시블 OLED 생산능력을 갖출 전망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생산능력은 A3와 A4를 합쳐 월 16만5000장이다. BOE는 기존 3개 라인에 이번에 투자를 확정한 B15까지 합치면 2023년까지 총 월 19만2000장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BOE는 첫 6세대 플렉시블 OLED 공장인 청두 B7에서 패널을 양산하고 있다. BOE가 밝힌 B7 수율은 70%다. 국내 업계와 수율을 산정하는 기준이 달라 국내 기준을 적용하면 이보다 훨씬 낮은 10%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반면에 BOE는 플렉시블 OLED 양산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B7 수율이 안정화됐다고 판단하고 후속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면양 B11 공장은 장비를 반입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중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달 초 투자를 확정한 충칭 B12는 2020년 말에서 2021년 초에 가동하는 목표로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비전옥스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0월 발표한 두 번째 6세대 플렉시블 OLED 공장 'V3' 기공식을 지난 27일 개최했다. V3는 허페이 지방정부와 함께 총 440억위안(약 7조1700억원)을 투입하는 신공장이다. 월 3만장 생산능력 규모로 꾸며질 예정이다.
10월 투자 발표 후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는 비전옥스가 실제 투자에 나설지 여부에 이목을 집중했었다. 중국 패널사가 투자를 발표한 후 구체 투자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거나 예상보다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기 때문이다.
비전옥스가 실제 공장 건설을 시작하면서 내년에 관련 장비 발주도 시작할 전망이다. 그동안 업계에서 제기된 세 번째 플렉시블 OLED 공장 'V4' 투자 가능성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구체 투자 지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전옥스가 구안 V2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한 만큼 추가 투자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중국이 플렉시블 OLED 생산능력을 확대에 속도를 내는데 비해 국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추가 투자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양사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사업 전략에 따라 사업 환경이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A3에 10조원 이상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패널 수요가 예상보다 줄어 올해 가동률 하락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중국은 시장 선두인 한국 패널사가 투자에 주춤한 사이 격차를 바짝 좁히려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지 1위 기업인 BOE는 생산능력 면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추격하고 있다. 실제 플렉시블 OLED 생산량은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생산능력을 미리 갖추고 수율과 생산량을 높여 나가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한 플렉시블 OLED 시장 구도를 깨고 애플, 삼성전자 등 글로벌 제조사를 고객사로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깔렸다. 중국 제조사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 기업까지 고객사로 확보하고 자급률을 높여 디스플레이 굴기를 완성하는게 중국 정부·기업의 큰 그림이다.
BOE를 고객사로 둔 국내 모 기업 관계자는 “부품 납품 규모로 보면 아직 B7 생산량이 아직 유의미하지 않다고 보인다”며 “하지만 기술 개발과 투자 속도를 감안하면 향후 1~2년 안에 국내 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