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바이오·의료 분야는 어느 해보다 격동적이었다. 바이오시밀러 등 국산 의약품이 해외 진출 날개를 단데다 벤처캐피털 투자금액 사상 최고치 기록, 첫 영리병원 개설 허가 등 의미 있는 소식이 많았다. 반면 대형 바이오·제약 기업이 회계이슈에 휘말리는 등 고공성장 중인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도 발생했다.
바이오 변방에 머물렀던 우리나라가 바이오시밀러로 글로벌 시장에서 재평가 받았다. 선봉에는 셀트리온이 있다. 회사는 주력 바이오시밀러 3종(램시마·트룩시마·허쥬마)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세 제품 오리지널 의약품 시장만 25조원에 달한다.
제품 출시를 넘어 시장 반응도 뜨겁다. 미국, 유럽, 중동, 중남미 등 세계 곳곳에 수출해 올해만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우리나라 바이오 의약품 연간 수출 매출이 1조원이 넘는 것은 최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블록버스터급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3종을 유럽에 출시하는 첫 기업으로 이름을 남겼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는 바이오젠의 3분기 유럽 매출은 3억8910만달러(약 4400억원)를 기록했다. 작년 연간 매출액(약 4300억원)을 넘어섰다.
K-바이오 의약품이 선전한 가운데 막대한 자본이 바이오 시장에 몰렸다. 3분기 기준 국내 바이오벤처캐피털(VC) 신규 투자금은 단연 바이오·의료였다. 누적 투자금만 6271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6%나 늘었다.
공교롭게도 셀트리온 유통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당국 조사를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고의 분식회계 처분을 받았다. 회사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 법정 공방 중이다.
사상 첫 국내 영리병원 개설 허가도 올해 주요 이슈였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을 1호 영리병원으로 개설 허가했다. 향후 이 병원은 피부과, 성형외과 등 피부·미용·성형 등 일부 진료과를 대상으로 외국인만 진료한다. 20여년 간 논란을 거듭했던 영리병원 이슈는 진료과, 진료 환자에 제한을 걸어 첫발을 디디게 됐다. 여전히 주민 반대와 의료 공공성에 반하는 사례라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는 추후 영리병원 개설 허가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비판 목소리가 해소될지 주목된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