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세' 부과 움직임이 나라별 각개전투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진도를 못 빼는 사이 영국, 멕시코, 프랑스에 이어 이탈리아도 구글세 도입에 나섰다.
26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의회에서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디지털기업 매출에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구글세 법안이 발의됐다. 과세표준은 해외기업이 이탈리아로 공급하는 전자적 서비스 매출이다. 세율은 6%다. 2~3% 안팎에 그치는 다른 나라 구글세 법안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수치다.
과세대상은 전자상거래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를 포함했다. 시행은 새해 4월 1일부터다. 중소형 회사는 제외했다. 글로벌 매출이 5억유로(약 6400억원) 이상인 기업 중 이탈리에서 5000만 유로(약 640억원) 넘게 버는 업체에 한해 세금을 매긴다.
고정사업장 논란도 의식했다. 현지 고정사업장 유무, 거래 성사 지역과 무관하게 세금을 내야 한다고 법안에 명시했다. 고정사업장이 없는 회사에 대해선 별도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했다. 대리인이 납세 의무를 진다. 이탈리아 법인세 납부 절차는 물론 세무조사, 벌금관련 규정을 지켜야 한다.
다만 해당 법안이 시행되려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통과 여부를 단언하긴 어렵다”면서 “현재 2019년 예산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막판에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고정사업장은 국가별 과세권 결정 기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변화된 기업 환경을 반영, 새 기준을 만들고 있다. 2020년까지 결론을 낼 목표였지만 첨예한 이해관계에 부딪혀 발표가 미뤄질 전망이다.
영국, 멕시코, 프랑스도 구글세 부과를 추진한다. 구글세 논쟁을 촉발한 EU 행보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개별 국가가 먼저 행동에 옮기는 모양새다. 영국 정부는 2020년 구글세를 걷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 매출 5억 파운드(약 7122억원) 이상 디지털기업을 대상으로 영국 내 매출 3%를 세금으로 물릴 방침이다.
멕시코 의회도 같은 세율을 적용한다. 지난 11월 디지털세 도입안을 발표했다. 디지털 광고, 온라인 플랫폼 운영, 데이터 전송 서비스를 과세 대상으로 삼았다. 인도, 말레이시아, 칠레 등도 논의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접근 방식이 조금 다르다. 해외기업 매출 규모를 추정하는 데 주력한다. 고정사업장과 무관한 부가가치세를 통해 거래 유형별 매출 정보를 수집 중이다.
EU도 당초 매출에 3% 상당을 디지털세로 부과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원국 간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해외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이 반대표를 던진다. 독일도 미국 보복 관세를 우려,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기업별 복잡한 사업 구조 탓에 매출 파악이 쉽지 않다. 미국 기업을 겨냥한 제재 조치라는 오해도 풀어야 한다. 기존 법인세, 부가가치세와의 이중 과세 문제를 조정하는 것도 숙제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