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e스포츠는 산업 관점에서 성장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경험했다.
8월에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는 시범종목이 됐다. 공중파 3사에서 e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며 주목받았다. 금메달 하나, 은메달 하나를 획득, 대한민국 체육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e스포츠 종주국으로 자리를 확고히하기 위해 '명예의 전당'을 열어 데이터 축적에 첫발을 내딛기도 했다.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는 흥행에 힘입어 2022년 항저우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기로 했다. e스포츠 인기는 아시아 지역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에서 구단, 구장, 상품, 중계 등 요소를 갖춰 산업으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전통 스포츠 거대 구단이 인수, 창설을 통해 e스포츠 시장에 진입했다. 도시 연고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홈 경기장을 갖춘 e스포츠 리그도 출범했다. 가상광고가 자유로워 기업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올해 국내에서 열린 롤드컵은 9960만명이 시청했다. 전년대비 24.5% 증가한 수치다. 작년 휴스턴과 LA가 펼친 MLB 월드시리즈(3800만명)나 워리어스와 캐벌리어스가 리벤지 매치를 펼친 NBA 파이널(3200만명)보다 많은 인원이 롤드컵 결승을 시청했다.
롤드컵 결승보다 많은 시청자를 기록한 경기는 동화처럼 나타난 닉 폴스와 언더독으로 이야깃거리를 생산한 NFL 슈퍼볼(1억2400만명)뿐이다.
우리 정부도 상황을 인지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새해 e스포츠 활성화 지원 예산은 88억원으로 올해보다 252% 늘렸다. 이중 66억원을 e스포츠 상설경기장 건설에 투입한다. 산업 성장과 해외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것은 물론 생활스포츠로의 저변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문체부 1차관에 사무관 시절부터 e스포츠 관련 업무를 해온 김용삼 차관을 새롭게 임명했다. e스포츠가 긍정적으로 성장하지 않겠느냐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온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e스포츠 월평균 시청자 수는 1억6700만명 수준이다. 시청자는 꾸준히 증가해 2022년 2억7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청소년 시청자 감소에 시달리는 NFL이 2억7000만명 수준이라 역전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전통스포츠는 청소년, 청년층 시청자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들여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e스포츠는 전통스포츠에 비해 청소년 시청자 비중이 높다. 주요 연령층이 젊다는 것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생적 한계도 경험했다. 최근 게임사 블리자드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챔피언십' 리그를 중단했다. 창출이 목적인 게임사가 기업논리로 언제든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리그를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를 현실로 보여줬다.
종목 연속성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빠르게 변하는 게임업계에서 한 종목이 얼마나 진행될지 모른다는 염려다. 양궁이나 사격 같은 전통스포츠에서 세부종목이 바뀌긴 하지만 양궁이 사격이 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실제로 아시안 게임 종목이었던 왕자영요는 사용자가 급감해 2020년 올림픽 종목 출전이 불투명해 졌다.
육체를 사용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른 시선도 갈린다. 국내서도 국감장에서 확인됐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