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회의를 하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든다.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저축은행의 최근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금융권 전반에 퍼진 디지털화 영향이다. 저축은행은 IT 기반 스타트업 조직 문화를 이식해 디지털 전문은행으로 거듭나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이 '긱(gig)·애자일(agile)' 조직 등을 도입하는 등 스타트업 문화 도입에 나섰다.
KB저축은행은 바로 처리가 어렵거나 별도 기획이 필요한 경우 즉흥적이면서 자발적으로 모임을 구성하는 긱 조직을 도입했다.
긱은 재즈공연의 한 형태를 말한다. 공연에 필요한 인력을 현장에서 바로 섭외해 연주하고 공연이 끝나면 해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형태는 애자일 조직과 유사하다. 다만 인사이동 없이 다수 인원이 참여할 수 있고 비상근으로도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다.
이렇게 나온 아이디어는 '디지털 티타임'에서 다뤄진다. 디지털 티타임은 KB저축은행이 하위직급 관료화를 막고 회사 전체에 디지털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다. 이 자리에서는 직급과 관계없이 모두가 자유롭게 발언이 가능하며 사안에 따라 상품·서비스 론칭 등 현실화를 할 수 있다.
실제 KB저축은행은 긱 조직과 디지털 티타임을 거쳐 KB꿀적금(100일 일수적금) 등을 만들었다. 이 상품은 착한뱅킹 애플리케이션 이노베이션에 탑재할 예정이다.
올해 웰컴디지털뱅크(이하 웰뱅)를 론칭한 웰컴저축은행은 애자일 조직문화 조성에 분주하다. 웰컴저축은행이 도입한 애자일 방식은 소프트웨어 개발회사가 주로 사용하는 스프린트, 스크럼, 칸반에 기반을 둬 이목을 끈다.
스프린트는 1~4주 짧게 프로젝트를 생성·완수한다. 스프린트는 웰뱅 시스템 패치와 UX·UI 수정 등에 적용돼 빠른 변화에 대응한다. 스크럼은 업무 진행상황이나 이슈를 공유하는 팀회의 형태를 말한다. 이 회의는 업무 과정상 수시로 열리며 칸반을 통해 업무 진행 상황을 팀원에서 수시로 공유하게 된다.
웰컴저축은행은 내년 이 같은 애자일 구조의 조직문화를 전 본부부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그간 저축은행 시스템과 조직문화가 시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디지털 플랫폼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경직된 조직문화가 수평적으로 점차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