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와우! 이제 눈치 안 봐도 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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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여자 친구 선물을 고르는데 국가가 나서서 50만원 이하 범위 안에서만 살 수 있다고 규제한다면 틀림없이 엄청난 반대 여론이 형성될 것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처럼 공익 목적 없이 성인 자율권을 침해한다고 여성단체나 청와대 청원게시판은 시끄러울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인권위원회가 권고할지도 모르겠다.

이 같은 규제를 국내 게임업계는 2003년 이후 받아 왔다. 바로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 규제다.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는 2003년 영상물등급위원회와 게임사 간 자율 규제로 시행됐다. 2007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결제 한도를 등급 분류 요건으로 지정, 강제화한 이후 법에서 정한 근거 없는 규정이 이어져 왔다. 2009년에 30만원이던 한도액을 한 차례 올려 50만원으로 올린 게 개정의 전부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게임 월 50만원 결제 한도를 새해에 완화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규제는 성인 이용자 자율권을 침해한 것은 물론 이용자 지출 상한을 정해 게임사에 수익 마지노선을 정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결제 한도 규제는 성인 자기결정권 침해였다. 개인 자율성에 기초한 소비 영역을 국가기관으로부터 강제 당한 것이었다. 콘솔 온라인게임을 사는 건 문제가 없지만 온라인게임은 문제가 됐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정부가 지출 한도를 정하는 사례는 없다.

반면 구글, 애플 등 해외 플랫폼 기업이 주도하는 모바일게임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스팀, 오리진, 유플레이 등 해외 게임사가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하는 게임은 결제 한도가 적용되지 않았다. 형평성 문제가 발생했고, 역차별 논란이 일었다.

또 모바일 쏠림 현상이 발생하는데 일조했다. 규제 한도가 없는 모바일게임 매출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몇 년 동안 공들여서 수익 낮고 인력이 많이 들어가는 온라인게임을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다양성 문제도 야기됐다.

게임 이용자는 법정 근거 없이 부당하게 제한당한 자율권을 돌려받게 됐다. 16년 만에 여자 친구 선물을 국가 눈치 보지 않고 구매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제 여자 친구만 생기면 된다. 훌륭한 게임이 나와서 PC 온라인게임 중흥을 이끌길 기대한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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