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웨이 배제...독·프·영, EU 주변국까지 확산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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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금지 조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유럽 시장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AP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정부와 통신회사들은 화웨이 장비를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필수 기반 시설로 사용할 경우 중국 정부의 스파이행위에 노출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러한 유럽의 움직임은 미국의 제재를 받는 화웨이에 대한 경영 압박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아 시장은 지난해 화웨이 총 매출의 27%를 차지하며,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유럽은 특히 자율주행차부터 공장용로봇, 원격수술 등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5세대(G)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25개 통신사와 5G 상용 또는 시험사용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1만개 이상의 5G 기지국을 선적했다고 밝혔다.

토르스텐 베너 세계공공정책연구소장은 “유럽은 화웨이를 놓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미국이 동맹국에게 화웨이를 배제하라고 압력을 가하면서 이같은 움직임은 점점 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 창업주의 딸인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어겼다는 이유로 체포되면서 화웨이를 둘러싼 이같은 지정학적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대표적으로 독일 도이치텔레콤은 지난주 중국 제조업체에 제기된 네트워크 보안 위협에 대한 국제 논의를 매우 엄중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에릭슨, 노키아, 시스코를 포함해 자사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여러 회사를 이용 중이라고 밝히면서 "현재 조달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너 소장은 "(도이치텔레콤이) 화웨이 최고의 지지자들 중에 한 회사였던 만큼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유럽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독일의 결정은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와 같은 독일의 제조 공급체인에 있는 주변국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울러 영국 통신회사인 브리티시텔레콤도 3G와 4G 핵심 인프라에서 화웨이 장비를 걷어내고 있으며, 이는 5G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미 프랑스 최대 통신사인 오렌지도 정치적 이유때문에 핵심 네트워크에 화웨이 배제를 선언했다.

노르웨이 통신 당국도 네트워크 사업자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네트워크 보안과 기업을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전했다.

벨기에 사이버보안 당국도 화웨이 금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체코 총리는 지난 주 정부 보안당국으로부터 화웨이와 ZTE 제품이 보안 위협 가능성을 경고하자 정부 당국자에게 화웨이 휴대전화 사용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안드루스 안시프 유럽연합(EU) 디지털 정책 담당 부위원장 역시 유럽 내 5G와 무인자동차 사업에서 화웨이 리스크를 질문하자 "걱정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현재 화웨이는 자사가 독일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장비를 배제할만한 사이버 보안 침해에 관련된 사실을 확인받은 바가 없다고 답변했다.

5G 네트워크가 완전히 보급되는 데는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데이터가 급증하고, 정부는 통신 네트워크를 전략적 국가 자산으로 점점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

AP통신은 미국이 앞장선 화웨이 퇴출에 모든 유럽 국가들이 빠르게 동참하는 것은 아니며, 가격적 이유때문에라도 배제가 쉽지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기업들이 화웨이 장비를 배제한다면 원가가 상승하고 5G 네트워크 구축 시기도 연기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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