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이 23일 '인구변화에 따른 소비시장 新풍경과 대응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구변화가 가져올 소비시장 트렌드로 고령층 시장 확대, 나홀로 소비 증가, 가치소비 확산을 꼽았다.
대한상의는 고령층 인구 증가에 따른 '어르신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60세 이상 은퇴연령 인구가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은 1042만명을 기록했다. 2000년에 비해 두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들은 구매력과 지출의향은 물론 뜨고 있는 온라인쇼핑에도 능하다.
일본 사례를 살펴보면 고령자가 은퇴전 현역시절과 비슷한 소비행태를 보이며 시장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고령층 수 증가와 인생관·가치관 변화, 풍부한 구매력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나홀로 소비'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2000년 15.5%에 불과했던 1인 가구 비율은 지난해 28.6%로 늘었다. 대규모 점포에서 대량으로 구매하는 식 전통 가족소비가 외식·조리식품을 선호하는 나홀로 소비로 대체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격이 중요한 선택기준이 된다. 독신세대 생활패턴을 반영한 편의점 간편식 같은 품목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치소비로 만족 추구' 경향도 늘어날 전망이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하게 실현가능한 행복)',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와 같은 신조어에서 확인되듯 남들 하는 대로 따라하는 인기소비를 거부하고 자기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작은 사치 관련 시장이 확대된다. 물건을 소유하기보다는 경험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행태도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상의는 소비시장 변화에 대응해 어르신 친화적 환경을 만들고, 개인에 맞춘 전략을 수행할 것, 가치·감성을 자극할 것 등을 제안했다.
어르신시장은 편리함의 정도가 중요한 선택기준이다. 어르신에 맞춰 상품을 진열하고 응대하는 것은 물론 찾아가는 서비스도 검토해야 한다. 정보기술(IT)에 친화적인 고령층이 늘어나는 만큼 편리한 온라인 쇼핑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가격과 상품 전략은 물론 독신고객에 다가갈 수 있는 거리·시간도 고민해야 한다. 일본 편의점 로손은 소포장 상품을 늘려 독신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고 가격부담도 줄였다. 일본 돈키호테도 독신고객을 주요 타겟으로 한 '가장 저렴한 매장' 컨셉과 심야영업 전략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단순한 물건이 아닌 독특한 가치를 가진 상품을 팔고 그 과정에서 체험·경험을 부가해 만족을 줘야 한다. 오키나와 변방 류보백화점은 전통공예·도자기·유기농 화장품 등 지역상품에 특화한 제품으로 매출을 높인 바 있다. 츠타야 서점은 1960∼70년대에 히트한 명작영화와 CD를 진열해 주목을 끌었다.
전영수 한양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는 “급속도로 진행하는 인구구조 변화로 소비시장 패러다임 변화가 빨라진다”면서 “인구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으려면 기업도 소비패턴 변화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