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및 재난 관련 전문가가 KT 아현지사 화재 등 통신재난 대응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사업자간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최한 '통신재난 대응체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영철 ICT 폴리텍대 교수는 “통신국이 D등급으로 관리돼 백업(이중화) 설비가 없었다는 게 원인”이라며 “백업설비를 의무화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화재가 발생한 KT 아현지사는 D등급으로 분류돼 망 백업이 의무가 아니다.
통신구 소방설비 부재도 문제로 지적했다. 김 교수는 “소방법은 통신구 길이가 500m 이상일 때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해 관리가 안 됐다”고 말했다. KT 아현지사 통신구는 길이가 150m 미만으로 실제 현장에는 소화전도 1개뿐이다.
이성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통신정책연구그룹장은 “경쟁사 망을 이용한 통신서비스 유지 및 설비 공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통신국사 재난 시 다른 사업자를 통한 통신서비스 제공이 권고사항으로만 돼 있다.
이 그룹장은 “일본은 유선전기통신법상 천재지변 발생 또는 우려가 있을 경우 필요한 전기통신 설비를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다른 유선전기통신설비와 접속 의무를 부여한다”며 “소요 비용은 총무성이 사업자에게 실비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통신사를 포함한 민간 참여를 확대하고 사업자 간 협력 체계 강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그룹장은 “일본의 경우 총무성이 재해 시 통신 수단 확보를 위해 정전 대책, 통신시설 위험 분산, 통신로 다루트화, 통신케이블 지중화, 무선 활용 백업대책 등을 통신사업자들에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정기적 검증 필요성도 역설했다.
이 그룹장은 “일본은 관련 분야 전문가 6인이 매년 전기 통신사고에 관한 검증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중요통신시설, 통신구, IDC 센터 등 1300개소를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과기정통부 제2차관을 단장으로 '통신재난 관리체계 개선 TF'를 운영하고 있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토론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연말까지 종합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