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서 일한다면 결국 여러분은 창업을 한 번쯤 고민할 순간이 올 겁니다. 너무 두려워 마세요. 결정하고 실행하면 언젠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김홍규 넷마블앤파크 대표는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게임챌린지(GGC) 강연에서 후배 게임 전공자에게 “스스로 참여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삶을 살라”고 조언했다. 특히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을 직업으로 삼으려면 결국 자기 프로젝트를 움직여 볼 수 있는 창업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창업해 온라인 야구게임 '마구마구'를 만든 주인공이다. 김 대표는 “마구마구가 어느정도 성공가도에 올랐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삼성전자에 취직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TV에 마구마구가 등장하고 나서야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실 (기성세대) 부모님은 여러분이 하는 일과 가치를 잘 모른다”면서 “게임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으로면 스스로 판단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미래를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입사자 60%가 1년 2개월 만에 첫 직장을 퇴사한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특히 창의력을 요구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은 안정적 직장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김 대표는 “불안정한 것에 익숙해져야 하고 거기에서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야 한다”면서 “도전과 실패·해결이라는 연결고리는 창업 과정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도 창업 후 몇 번의 실패를 거치고 마구마구 성공을 마주했다”면서 “너무 고민하지말고 실행하라”고 소개했다.
정무식 루노소프트 부사장은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키는데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1세대 게임개발자로 게임개발자 협회장을 역임한 정 부사장은 최근 '디즈니 틀린그림찾기' 글로벌 흥행을 이끌었다.
정 부사장은 “규모와 눈 앞 이익에 집중하지 말라”고 말했다. 규모가 크지 않거나 매니악해보이는 게임도 세계로 눈을 돌리면 충분한 시장이 있다는 것이다. 정 부사장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다른 누군가도 좋아할 가능성이 있다”고 격려했다.
글로벌 경쟁에 대한 현실적 조언도 이어갔다. 정 부사장은 “중국 게임업계에서 시작한 물량 공세로 국내 게임시장은 초토화되고 있다”면서도 개발자들이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부사장은 “세계 어디에나 개발자는 있다”면서 “게임업계에서는 지금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좋은 개발자는 언제 어디서든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능력이 충분하다면 세계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업종이라는 이야기다.
정 부사장은 “한국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 수준 개발력을 가졌다”면서 “이런 경쟁력이 모여 최근 세계 시장에서 빛을 보는 사례가 종종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준비가 됐으면 세계시장을 향해 모험에 나서라”고 덧붙였다.
이날 GGC 강연에서는 현업 개발자 최신 결과물도 대거 공개됐다. 국내 최고 수준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들이 나와 성과물을 공유했다.
윤용기 EVR 대표는 글로벌게임 업계에서 최근 널리 쓰이는 실시간 모델 캡처 기술을 소개했다. 윤 대표는 '리니지이터널' '아키에이지' 등 대형 온라인게임에서 비주얼을 총괄했다. 국내 최고 게임아트디렉터 중 한명이다.
윤 대표는 모델 캡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자사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예시로 들며 최근 게임업계 개발 트렌드를 설명했다. EVR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 모션, 페이스 캡처 기술을 선보였다.
윤 대표는 “VR 등 하드웨어 발전에 따라 극사실주의적인 게임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태곤 엔드림 상무는 신작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임진왜란(가칭)' 최신 버전과 영상을 공개했다. 김 상무는 역사를 소재로 한 시뮬레이션 게임 대가로 불린다.
김 상무는 이날 신작게임에 사용된 모델링 결과물을 대거 공개했다. 역사를 소재로 한 게임에서 '고증'을 어떻게 게임에 녹여내는지 생생하게 설명했다.
김 상무는 “현재 남아있지 않은 것을 구현해내는 것, 지금 겪을 수 없는 일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재현하는 것은 게임이 가진 매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