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총수 일가 3, 4세대가 재계 전면에 나서고 있다. 오너 2, 3세들이 하나둘씩 경영 무대에서 물러나는 가운데 권한을 이어받은 새로운 총수와 오너가 우리나라 경제계 최일선에 등장했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이 올해 큰 변화를 맞았다. 현대차그룹은 3세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경영 전반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LG그룹은 구본무 전 회장의 타계로 구광모 회장이 LG의 새 얼굴이 됐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그룹의 최고 결정권자로 역할을 확대해왔다. 이들은 모두 40대, 50대다.
세대가 다르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형제의 난'과 구속사태를 마무리하면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차세대 오너와 총수가 맞이할 2019년은 중요하다. 온전히 자신의 책임과 권한 아래 맞는 사실상 첫 해라는 점이다.
최고 결정권자로서 능력을 확인시켜 줘야 한다. 그룹 내부는 물론이고 시장과 세상에 리더십과 성과를 함께 보여줘야 한다. 일각에서 '경영권 세습'을 두고 불편한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다. 보여준 성과가 부족하다는 논란까지 스스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
새 시대의 오너는 경영방식이 이전 세대와 달라져야 한다. 과거 고도 성장기에 선대 경영진이 보여줬던 것과는 다른 의사결정과 소통방식이 필요하다.
우리 대기업은 글로벌 대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시대다. 과거처럼 자국 기업 성장을 위한 여러 특혜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전에 비해 기술과 시장 변화가 빨라 작은 실기에도 위험이 커진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리더의 가장 큰 덕목은 결단이다. 전문경영인과 다른 큰 결정을 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 경험을 쌓아온 우수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고 국내외 기업·기관과 협력에서도 훌륭한 조율자가 돼야 할 것이다.
최근 연말 인사에서 차세대 경영자들은 자기 색채를 어느 정도 드러냈다. 대체로 예년에 비해 젊은 인재를 중용하면서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핵심 키워드는 미래 준비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아버지 세대 부회장을 퇴진시키며 'NEW 현대차'를 내세웠다. 수소차·자율주행 등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젊은 임원을 대거 늘린 것이 특징이다. 롯데도 미래 준비와 세대교체에 방점을 둔 임원진 인사를 단행했다. LG는 기존 부회장을 대부분 유지하는 가운데 사장 이하 임원진을 교체하며 안정과 변화라는 두 가지를 모두 염두에 뒀다. 삼성은 지난해 60대 이상 사장단을 모두 전면에서 빼내면서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경영진을 전면에 배치한 바 있다.
새해 국가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좋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포함해 대외 여건도 비관론이 우세하다. 부담스럽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나라 산업의 비전을 제시해야할 책무가 재개 차세대 리더들에게 놓였다.
차세대 경영자의 중요성은 그룹 내부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새로운 재계 리더와 재계가 좋은 성과를 내야 국내 경제와 산업도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이들이 선대의 성과를 뛰어넘는 것을 넘어 존경받는 경영자로 자리매김하면 좋겠다. 재계 3, 4세 경영시대 연착륙은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 경제 전반의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