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치(300㎜) 웨이퍼 반도체 공장(팹)에 밀려 내리막길을 걷던 8인치(200㎜) 팹이 재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계가 8인치 팹 확보 경쟁에 뛰어들 정도다.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전장부품 수요가 늘면서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한 8인치 팹으로 주문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대만 TSMC는 최근 타이난에 8인치 팹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TSMC가 8인치 팹을 건설하는 것은 2003년 상하이 쑹장 팹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새 8인치 팹은 2020년 이후 가동될 예정이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8인치 팹 설립은 고객 특수공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외신과 업계에서는 아날로그칩, 액정표시장치(LCD) 드라이버 집적회로(IC), 금속 산화반도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MOSFET) 칩, 센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수요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LCD 드라이버 IC 주문을 이전해 온 대만 뱅가드인터내셔널세미컨덕터(VIS)는 내년 2분기에 TSMC와 협력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UMC도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중국 쑤저우시 소재 파운드리 팹 생산 능력을 월 1만장 확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SMIC는 이미 7월 중국 톈진 8인치 팹에서 새로운 설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기존 월 4만5000장 규모에서 15만장 규모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도 올해 월 20만장 규모인 8인치 팹 생산 규모를 30만장으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8인치 팹 생산량 확보 경쟁은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전장부품 등 수요 증가가 견인하고 있다. 12인치 팹은 웨이퍼 면적이 커서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주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고성능 반도체 생산에 활용된다.
8인치 팹은 12인치 팹보다 사용하는 웨이퍼 면적이 좁아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하다. 주로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 전력반도체, MCU 등이 생산된다. 지난해까지 성능 낮은 반도체 생산에 쓰였지만 IoT와 자동차 전장부품 수요 증가로 맞춤형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차량용 전력반도체 시장 규모는 2016년 55억달러(약 6조2000억원)에서 2022년 85억달러(1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자동차 전장 부품 수요가 늘어나는 등 8인치 웨이퍼 공급이 빠듯해졌다”면서 “중소형 파운드리 업체뿐만 아니라 대형 파운드리 기업까지 증설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