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48>더 높은 비교우위, 어디서 나올까

함부로 모방하기 어려운 회사, 타 회사와 확연히 구분되는 핵심가치 등은 모든 회사가 탐내는 일이다. 이러한 내용은 핵심역량, 비교우위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되며, 기업 현장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비교우위는 어떻게 형성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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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방법이 있지만 기업 관점에서 주목할 부분 중 하나가 '유구한 역사'다. 우리는 스위스에서 만든 시계라는 이유만으로 여타 평범한 시계와의 성능 차이도 구별하지 못하면서 거액을 주고 구매한다. 또 패션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이탈리아나 프랑스 옷이라는 이유만으로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들 국가가 비교우위를 내포한 가장 큰 배경에는 오랫동안 해당 산업 분야에서 활동해 오면서 쌓은 명성과 전통이 있다. 많은 국가에서 스위스 시계 내지 프랑스 원단과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역사와 전통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이들 국가는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비교우위를 누리고 있다.

많은 음식점이 실제 원조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원조'라는 간판을 내걸며 영업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마트폰을 제일 잘 만드는 국가는 한순간에 다른 나라로 바뀔 수 있지만 패션의 명가, 고급 명품 시계는 기존 국가를 대체할 수 있는 명성을 다른 국가가 단기간에 획득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역사' 또는 '전통'이 내포하고 있는 비교우위의 힘이다.

이제 회사 구성원 차원에서의 비교우위 요인을 살펴보자. 구성원 개개인이 특정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형성하는 가장 대표 요인은 학습효과(learning by doing) 때문이다. 오랜 시간 동안 특정 분야에서 활동하면 관련 내용 노하우와 지식이 형성되고, 이는 다시 생산성 향상을 가져와 생산비용을 낮춘다. 결국 학습효과는 직접적인 가격 경쟁력을 이끌어 내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인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 특정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누리고 싶다면, 관련 내용에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여해야 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의외로 기업에 해당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갖게 만들어주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소비자'다. 특정 상품 내지 서비스를 향유하는 소비자가 어떠한 의식수준 혹은 눈높이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해당 산업이 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 CEO는 흔히 '한국은 글로벌 기업의 무덤'이라 표현한다. 해외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기업도 한국시장에만 진출하면 힘 한번 제대로 못쓰고 퇴출당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세계 1, 2위 유통기업인 월마트와 까르푸도 이마트, 롯데마트 등 토종기업에 밀려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한 채 철수했다. 구글과 MS워드는 각각 포털사이트와 워드프로세스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많은 국가가 구글과 MS워드 때문에 자국에서 자체 개발한 포털사이트와 워드프로세스 운영을 중단해야만 했다. 하지만 한국만큼은 예외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국어 문서 편집기(아래아 한글)를 가진 미국을 제외한 세계 유일의 나라이다. 포털사이트 역시 해외에서는 절대적으로 구글 중심으로 검색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다음의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는다.

유달리 우리나라에서 글로벌기업보다 토착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살아남은 이유를 한국지엠사장을 역임한 제임스 김은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의 성향'에서 찾고 있다. 최근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는 한국을 세계 최초 개봉 국가로 선택해 세계 흥행 성적을 사전에 예측하고 있다. 이외에도 글로벌 게임 회사는 자사 주요 게임을 출시하기 전 사전 테스트에 한국의 이용자들을 대거 참여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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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KDI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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