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일본에서는 유례없는 대지진이 발생했다. 국가 재난 수준으로, 일본 도호쿠 지역에서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노린 절도가 극성을 부렸다.
지진이 일어난 3월 11일부터 6월 말까지 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현에서 편의점이나 금융기관 ATM을 노린 절도 사건은 무려 56건, 피해액만 91억4000만원에 이르렀다.
한국도 최근 KT통신구 화재로 통신망이 일부 정지되고, 금융 거래가 끊기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통신망 마비로 공중전화 부스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식당에서는 카드 거래가 되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는 일도 생겼다. 이는 국가 재난 사태로 볼 수 있다.
한국도 각종 천재지변이 발생할 경우 정보기술(IT) 컨티전시 플랜이 필요하다.
KT통신구 화재를 비롯해 국가 재난 수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사물인터넷(IoT)과 생체인증이다. 현재 국내 모든 서비스는 온라인으로 연결된 환경이다.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 사이버 테러 등이 발생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를 예측, 시민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통신 단절 상황에서 당장 본인을 인증할 수 있는 수단이 모두 차단된 이용자는 인터넷이 복구될 때까지 집안 생활가전이나 자율주행차 등을 제어할 수 없다.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환경에서도 지문·홍채·안면 인식 등 강력한 생체 정보를 기반으로 이용자 스스로를 입증할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설계, 구축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국내외에 이미 설치된 '공통 환경'을 이용하면 된다. 스마트폰 사용자는 대부분 지문·홍채·얼굴·안면 정보를 등록한다. 최신 스마트폰은 지문을 5개까지 등록할 수 있다. 전문가는 지문 1개를 오프라인용으로 등록, 이를 비상사태에 활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 오프라인(비상용) 지문을 기기 등과 정부가 연계 적용, ATM이나 POS 결제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온라인으로 금융 서버를 경유하지 않고 지정한 디렉토리에서 '오프라인 공개키'를 사용, 출금을 기록하면 된다.
사이버 전문가들은 KT통신구 화재 사태와 관련해 우회 경로, 소방 설비, 백업 체계 등만 강조한다.
국민이 재난 사태 발생 시 오프라인에서 뽑을 수 있을까' 하는 기본과 관련된 고민을 하지 않는다. IT 컨티전시 플랜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