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아현지사 화재로 통신재난 관리 예산 부족과 제도상 허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본질적 문제는 상시적으로 재난을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는 것이다.
통신망 물리적 단절이 경제 마비 사태로 확산하는 동안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물론, 금융·경제 부처 등이 일관된 대처 흐름을 보여주지 못했다. 통신재난에 대한 상시적 예방·관리는 물론, 재난 발생 시 통신사업자, 정부 부처와 일관된 대응체계 구축 역할을 할 통신재난 전담조직 재정비가 시급하다.
〈3·끝〉'과' 1개가 재난 전담···전담조직 확대 필요
KT 아현지사 화재로 정부 매뉴얼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 단위 1개 조직이 일상 재난 위험을 관리하는 구조였음이 드러났다.
2018년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통신장애를 포함한 통신재난 발생 시 위기수준에 따라 위기관리 조직을 설치·운영한다. 통신재난 대응은 '관심(Blue)-주의(Yellow)-경계(Orange)-심각(Red)' 4단계다.
통신재난 관심 단계가 발령되면 과기정통부 통신자원정책과장이 통신재난대응팀을 구성, 직원근무를 강화하고 상황실 설치를 준비한다. 주의 단계에서는 통신자원정책과장이 통합재난관리시스템을 운영하며 상황관리체계를 가동한다. 경계 단계는 과기정통부 2차관이 통신재난대책반을 가동, 신속복구체계와 대국민홍보시스템을 운영한다. 심각 단계에서는 과기정통부 장관이 방송통신재난대책본부를 운영, 이재민 긴급 대피소까지 운영하게 된다.
주의 단계까지 발령된 KT아현지사 화재에서 이 같은 대응조직과 매뉴얼은 한계를 드러냈다.
장관과 차관이 사태 수습에 참여했지만 과급 조직 1개로는 금융위원회, 행정안전부, 소방청 등 유관부처가 모두 참여해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통신자원정책과는 재난관리가 전담업무가 아니다.
사전 관리체계 전반에서 부실을 드러낸 것은 물론, 재난 이후 부처 간 조율에 일사불란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통신재난에 대한 상시적 예방·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 조직이 부재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문가는 과기정통부에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안전 관리본부' 형태 조직을 구성, 사이버 보안은 물론 물리적 단절과 같은 재난에 대해서도 예방과 대응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과기정통부에서 통신망 인프라 장애에 대응하는 조직은 정보보호국과 통신정책국 등에 분산돼 있다.
인프라안전 관리본부는 과기정통부 차원 일관적인 재난대응 시스템 운영과 대응은 물론이고 타부처, 통신사 재난 예방·대응 정책을 지휘하고 관리하는 기능을 갖출 수 있다.
기존 중앙전파관리소 등 소속기관 재난 대응 역할 확대도 필요하다. 전파관리소는 전국 통신시설 관리 점검 기능에 더해 재난 대응 기능을 강화 '중앙 방송통신인프라 관리소' 형태로 탈바꿈이 필요하다.
아울러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분산된 방송·통신 재난대응기능도, 방송통신 산업 간 인프라 연계를 고려할 때 일원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ICT 전문가는 “2015년 메르스사태 이후 정부는 질병관리본부 기능을 차관급 조직으로 격상하고 위기소통담당관 등 직제를 편성해 대국민 전파와 소통 활동을 강화한 결과 2018년 국내에 재유입된 메르스를 무난히 넘길 수 있었다”면서 “통신재난의 사회적 위험이 드러난 만큼, 컨트롤타워 강화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표〉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위기수준별 재난관리 조직 및 활동(출처:2018년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