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민 펀드 '산업혁신투자기구(JIC)'의 민간 출신 이사 9명이 연봉 5500만엔(약 5억5000만원)이 지나치게 많다는 정부 비판에 반발해 총사퇴했다.
JIC는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다나카 마사아키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9명의 이사진이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JIC는 산업경쟁력강화법 개정에 따라 최첨단 의료나 인공지능(AI) 등 일본의 먹거리 산업 창출을 목적으로 종전 ㈜산업혁신기구에서 사명을 변경해 지난 9월 발족한 투자회사다.
총 투자액은 2조엔이며, 정부 지분이 95%다. 나머지는 도요타자동차 등 25개 민간기업이 투자했다.
다나카 사장 등이 이날 사의를 표명한 것은 그를 포함한 이사진의 연봉이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를 들어 감독관청인 경제산업성이 제동을 걸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JIC측은 출범 후 다나카 사장 등의 보수를 연 1500만엔의 고정급과 최대 4000만엔의 단기실적연동 보수를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에 펀드 운용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장기 업적연동보수도 지급할 수 있게 해서 이사들은 최대 연간 1억엔 이상도 받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소득 신고 누락 혐의로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검찰에 체포된 뒤 CEO들의 고액 연봉이 논란이 되면서 불똥이 JIC로 튀었다.
정부 내에서는 "JIC 이사진에게 사실상 5500만엔의 연봉을 보장한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론이 제기됐고, 경제산업성도 다나카 사장에게 "이런 보수 지급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문제는 경제산업성이 애초 JIC에 이런 보수체계를 제안했었다는 점이다.
다나카 사장은 경제산업성이 스스로 제시한 조건을 뒤집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럼에도 경제산업성은 지난 3일 이런 보수 체계를 반영한 JIC의 예산 신청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양측의 대립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다나카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우리는 누구 한명도 돈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며 "일본의 장래를 위해 우리가 몸담은 금융과 투자 지식을 내놓으려 했다. 당초 제시한 금액이 1엔이었더라도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 고위 관리가 서면으로 약속한 계약을 나중에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이사회 결의를 자의로 무시하는 것은 일본이 법치국가가 아닌 것을 보여줬다"며 "정부와의 신뢰관계를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 돼서 이사회 의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