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아현지사 화재와 같은 물리적 통신망 단절로 인한 재난은 처음이 아니다. 1994년 혜화전화국 인접 통신구 화재부터 2017년 포항 지진까지 통신망의 물리적 훼손에 따른 통신장애 사태가 빈번했고 그때마다 통신재난 대응책도 보완됐다.
그럼에도 KT 아현지사 화재와 같은 대규모 경제 피해를 막지 못한 건 디테일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현실을 고려한 통신시설 등급체계와 안전관리 매뉴얼 등 제도 전반에 대해 면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2〉정확한 실태 반영··· 제도 보완 필요
KT 아현지사 화재는 현행 통신재난 관리 규정 허점을 모두 비껴간 참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행 중요통신시설 분류와 소방법이 챙기지 못한 '취약 지점'에서 관리 부실이 발생하며 대형 재난을 초래했다.
본지가 입수한 '2018년 방송통신재난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요통신시설 지정은 통신 커버리지가 핵심 기준으로 드러났다.
A등급은 권역급, B등급은 광역시 이상급, C등급은 3개 시·군·구 이상급, D등급은 1개 시·군·구 지역에 영향을 끼칠 경우 지정된다. C등급 이상은 대체설비와 우회망 확보 의무와 더불어 연 1회 정부 직접 점검 의무가 부과됐다.
하지만 이 같은 분류 체계는 KT 아현지사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통신시설 중요성을 간과한 것은 물론 신고도 사업자 자율에 맡겨 한계가 명백하다.
KT 아현지사는 실제 피해규모를 볼 때 C등급으로서 의무를 이행해야 했지만 D등급으로 관리돼 각종 의무에서 제외돼 논란을 야기했다.
롱텀에벌루션(LTE) 상용화 이후 새롭게 등장한 '집중국' 방식 통신시설 구성이 정확하게 어느 범위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통신시설 전반에 대해 연 1회 통신 사업자 신고를 받도록 의무화했지만, 사업자 자율 위주이며 D등급 이하 커버리지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 시뮬레이션 등 점검할 장치는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KT 아현지사 화재는 소방법상 한계도 비껴나갔다.
현행 소방법은 통신구 화재를 관리 대상으로 포함해 대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500m 구간 이상에서는 스프링클러 등 자동방재 시설 설치가 의무화했지만 아현지사 통신구는 500m 이하로 법률상 의무가 아니었고 스프링클러도 설치되지 않았다.
전문가는 관행적 연간 통신재난 관리계획 수립에서 벗어나 이제라도 기술 변화와 현실을 반영해 재난대응체계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현행 커버리지 위주를 벗어나 개별 통신시설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뮬레이션과 기술 검토를 통해 등급 분류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통신시설 신고와 관련해서도 사업자 허위·부실 신고를 막을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신시설 등급 허위신고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스프링클러 500m 제한 등 규정과 관련해서도 길이 규정을 강화하는 데에서 나아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감시와 즉각 소화 연동 등 방재와 관련해서도 혁신 기술 적용이 필요하다. 무선 백업망 확충은 물론 단계별 통신사 협조 체계 구축도 중요한 과제로 지목됐다.
과기정통부는 연내 통신재난방지 종합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전문가는 “법률상 미비점과 통신 기술과 현실을 보완한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면서 “과도한 규제가 아닌 통신재난 위험에 대한 사업자 공감대 속에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표〉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요통신시설 지정기준(커버리지 측면)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