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마이크로바이옴(인체미생물 유전정보) 신약 개발이 첫 발을 디딘다. 연구단계에 머물던 후보물질이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시험 단계에 본격 진입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놈앤컴퍼니, 바이옴로직은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 후보물질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한다. 국산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중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 첫 사례다.
IND는 규제당국에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승인을 받는 첫 관문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유효성, 안전성 검사가 가능한 물질인지 살핀다.
지놈앤컴퍼니는 이르면 내달 FDA에 IND 신청을 한다. 이달 중 FDA와 사전 미팅을 갖고, 신청 최종 조율한다. 임상시험 승인을 받으면 국내 최초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임상 허가를 받는다.
회사는 인체 미생물을 활용해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대상 질병은 폐암과 대장암 등이다. 장 등에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미생물을 치료 기전으로 활용한다. 초기에는 다른 항암제와 병용 투여로 효과를 입증하고, 중장기적으로 단독요법으로 치료 효능을 확인한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내년 중반쯤 FDA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으면, 하반기부터 임상1상을 본격화한다”면서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중에는 국내외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바이옴로직도 내년 중순 FDA IND 신청을 예고했다. 염증성 장질환(IBD)과 노인성 황반변성이 대상 질환이다. 최근 열린 대한수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반려견 대상 후보물질 효능을 입증했다. 활성산소를 없애는 미생물을 이용해 장 질환과 노인성 안과질환까지 새로운 치료제를 선보인다. 이르면 내년 말 글로벌 임상1상에 착수한다.
MD헬스케어는 아토피, 비만, 암을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한다. 독자 개발한 균주를 이용해 만성질환 치료제와 항암신약까지 가능성을 높인다. 2020년 하반기 국내외 임상시험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장내, 피부, 구강 등에 공존하는 미생물 유전자 정보다. 이 미생물은 치매, 아토피, 비만, 주요 암 등 발병에 직간접적 관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유산균으로 대표되는 건강기능식품부터 몸 속 마이크로바이옴 현황을 분석하는 서비스가 최근 연이어 출시됐다.
오랜 R&D와 서비스 출시로 기술력을 축적해 신약 개발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 유럽, 일본 등 국가 차원에서 마이크로바이옴 투자가 활발한 상황에서 우리도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최상위 수준인 신약 개발까지 시도한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 대부분 우리가 식품,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섭취한 균주를 대상으로 한다. 독성이 없는데다 일반 신약 대비 흡수율이 높다. 세계적으로 시판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도 없다. 초기 시장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반재구 제노포커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마이크로바이옴처럼 독성이 없고 약물 전달 효과가 높은 물질은 없다”면서 “국내 기업이 주력하는 일부 적응증은 세계 유일 사례여서, 충분히 세계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표, 국내 주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기업 현황>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