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반도체發 '한랭전선'… 대기업 투자 '꽁꽁' … 장비업계는 '벌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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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항공사진<전자신문DB>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 투자 축소 조짐을 보이면서 관련 장비업계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초 예정됐던 평택 공장 2층 D램용 장비 입고도 지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장비기업과 입고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 하락, 서버용 수요 둔화가 내년 상반기 내내 지속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양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은 투자를 탄력 집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투자가 이뤄져도 내년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집중돼 당분간 '보릿고개'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는 내년 메모리 반도체 고객사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는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라 적극 투자했지만 내년에는 불확실성이 커 올해 대비 투자 지출 규모를 줄일 것”이라며 내년 투자액 감소를 공식 발표했다.

반도체 장비업계는 내년 SK하이닉스 C2팹 장비 공급 계획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 생산시설에 대한 공급 논의는 이뤄졌지만 나머지 부분에 대한 계획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이천에 세워질 M16 팹은 2020년 10월 완공 예정이라 2019년이나 돼야 장비 입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확장 중인 C2팹 가운데 월 4만장 규모 생산라인 장비는 공급 논의가 되고 있지만 나머지 월 6만장 규모 생산라인은 아직 장비투자 계획이 잡히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이를 제외하면 내년 상반기 주로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장비 교체 위주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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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항공사진<전자신문DB>

삼성전자도 미세화 공정 전환에 필요한 물량을 제외하고, 대규모 장비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내년 초 반입을 목표로 구두 발주했던 평택 월 2만장 규모 D램 라인 장비 반입 일정까지 미뤘다. 시안 팹 낸드 투자도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비 생산에 5~6개월, 설치에 1~2개월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통상 12월, 늦어도 1월 초에는 내년 투자 계획을 알려줘야 하는데 삼성전자에서 아직까지 발표 조짐이 없다”면서 “턴키로 구매해야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데 미루고 있는 것을 보면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분할 발주하거나 하반기에 유동적으로 대응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시황 변화에 따라 공급 조절에 돌입, 내년 장비 발주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이 이어진 낸드플래시뿐만 아니라 상승세를 지속했던 D램 가격마저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부터 수요 증가를 주도한 서버 D램도 증가세가 둔화됐다. 최근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불확실한 시장 상황도 기업이 지갑 열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8Gb(기가비트) D램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10.74% 감소한 7.31달러를 기록했다. 고정거래가격은 기업 간 거래 시 매겨지는 가격으로 일반적으로 개인이 거래하는 현물가보다 변동 폭이 적다. D램 고정거래가격이 떨어진 것은 2년 5개월 만이다. D램익스체인지는 “11월과 12월에도 D램 가격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내년 1분기에도 계절 비수기 영향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면서 “2019년 D램 가격이 최고 20% 안팎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시장 상황을 보며 가격 방어를 위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새해는 수요 급증에 맞춰 대규모 투자를 한 2017년, 2018년과 상황이 다른 만큼 장비투자 규모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내년 180억달러(약 20조1700억원)를 투자해 올해(226억2000만달러)보다 20% 투자 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도 내년 100억달러(약 11조2070억원)를 투자해 올해보다 투자 규모를 22%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장비업계는 내년 하반기 메모리 시장 업황이 반등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양사 모두 내년 하반기부터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신한다. 중앙처리장치(CPU) 신제품 출시와 내년부터 상용화가 시작되는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자율주행차 등 중장기 성장 동인은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2분기 이후 신규 CPU 플랫폼 출시와 16기가비트 고용량 메모리 채용이 본격화되고, 하반기에는 서버와 모바일 중심으로 수요 증가세가 공급 증가세를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서버 D램 수요 둔화, 미·중 분쟁에 의한 불확실성 때문에 새해 D램 업체 신규 장비 발주량은 감소할 것”이라면서도 “서버 D램 수요 증가율은 새해 상반기 중 회복세로 접어들어 하반기부터 본격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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