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자가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팀이 기존 자성메모리(MRAM) 소자보다 10배 이상 두꺼운 자성메모리에서 저전력으로 고속스위칭을 구현할 수 있는 핵심 소재 구조를 개발했다. 스핀토크 자성메모리의 고집적화를 앞당길 수 있는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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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전류 흡수 개략도

싱가포르국립대 전기전자컴퓨터학과 양현수 교수와 고려대 신소재공학과 이경진 교수팀은 6일 코발트(Co)와 터븀(Tb) 원자를 한 층씩 쌓아 만든 다층막 자성소재를 이용해 저전력으로 고속스위칭이 가능한 자성메모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자성메모리는 외부 전원 공급이 없어도 저장 정보가 유지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고속 동작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세계 반도체 업체가 차세대 메모리로 개발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자성메모리 고속 동작은 자성층의 두께가 1㎚(나노미터=10억분의 1m) 정도일 때 가능하다. 자성층 두께가 두꺼워지면 전류가 소재 표면에서 소실되면서 전력 소모가 급증, 두꺼운 자성층을 스위칭시킬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코발트와 터븀 원자를 한층씩 교차해 쌓아 두께 10㎚ 정도 두꺼운 페리자성 다층막을 만들었다. 페리자성 다층막은 서로 다른 원소로 이뤄진 원자층이 반복적으로 교차하도록 쌓은 박막이다. 코발트층과 터븀층은 스핀 방향이 서로 반대인 반강자성을 띤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반강자성 스핀 배열을 갖는 페리자성 다층막에서는 전류가 소재 표면에서 소실되지 않고 두꺼운 막 전체에 걸쳐 유지된다는 것을 양자역학적 이론 연구와 실험을 통해 규명했다.

실험 결과 기존 소재보다 스핀의 스위칭 효율이 20배 정도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신소재를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는 스핀토크 기반 자성메모리에 적용하면 스핀토크 효율을 높이고 초고집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스핀토크 자성메모리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경진 교수는 “수개월 안에 해외에서 얇은 자성층을 이용한 자성메모리가 처음으로 상품화될 것으로 안다”면서 “기술의 시장 파급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두꺼운 자성층에서도 자화 방향을 낮은 전류로 빠르게 스위칭시키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횡 스핀전류가 자성 소재 내에서 유지되도록 하는 양자역학적 원리를 실험적으로 구현해 자성메모리의 초고집적화를 위한 난제를 해결했다”면서 “기초학문에 대한 이해가 응용소자의 핵심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중견연구자사업,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Joint Research Lab 사업,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사업, 싱가포르 정부과제 등 지원으로 수행된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 12월3일자)에 게재됐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