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뢰유전자분석(DTC)' 규제 개선이 올해 안에 이뤄질지 관심이 모인다. 국가생명윤리위원회는 이달 중 본회의를 열고 DTC 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 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이하 국생위) 본회의를 열어 DTC 규제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법 개정을 위한 필수단계인 만큼 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규제개선 9부 능선을 넘는다.
DTC란 개인이 병원을 통하지 않고 직접 유전자 분석을 민간 기업에 의뢰하는 행위다. 2016년 6월 법을 개정해 혈당, 혈압, 피부, 탈모 등 12개 검사항목 46개 유전자를 민간에 허용했다. 산업계는 건강과 관련이 낮은 영역이라며 반발했다. 의료계와 협의 끝에 웰니스 전 영역으로 확대하는 개선안이 확정됐다.
하지만 8월 국생위 본회의에서 안건 논의가 유보됐다. 국생위가 6월에 구성돼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이유다. 산업·의료계가 11차례에 걸쳐 논의 끝에 합의한 개선안이 폐기됐다.
국생위 본회의에서 DTC 규제개선 안건이 재 논의된다. 기존 12개 검사 항목을 진단, 치료를 제외한 150여 개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동시에 무분별한 유전자 검사 업체 난립을 막고 서비스 질을 담보하기 위한 인증제도 논의한다.
복지부는 안건 유보 후 국생위 위원을 대상으로 10월과 11월 각각 한 차례씩 좌담회를 개최했다. DTC 시장 현황과 규제, 개선 필요성 등을 설명했다. 위원 대상 설명을 강화해 2차 본회의에서는 의결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의료계가 합의한데다 정부도 규제 개선 필요성을 인지한 만큼 이번 논의에서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지난번 폐기된 이유도 '시간 부족'이 컸다. 국생위 심의를 통과하면 곧바로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한다. 전 국민 유전자 분석 시대가 열린다.
국생위 내에서 반대 의견이 적지 않은 것은 걸림돌이다. 유전자 검사 남용, 서비스 질 하락 등 부작용을 우려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달 5일에 개최한 좌담회에서도 국생위원 간 찬반 의견이 분분했다”면서 “여러 가지 제도 개선 방안을 수렴했고, 이달 중순 회의에서 결론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DTC 규제는 선진국에 비해 강력하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질병 진단, 치료를 제외하고 건강관리 목적으로는 민간기업 진입을 제한하지 않는다. 질병 예측, 예방, 건강관리 전 영역에 민간 유전자 검사를 활발히 이용한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3앤드미의 유전자 분석 기반 약물 반응 예측 서비스 판매를 허용했다. 이 역시 전문 치료 영역이라는 이유로 금지했다가 최근 규제를 풀었다.
산업계는 더 이상 늦으면 정밀의학 패러다임 대응 골든타임을 놓친다고 우려한다. 전자의무기록(EMR) 등 의료정보와 유전자 정보, 생활습관 정보를 합쳐 맞춤형 치료법 제시가 주목 받는다. 국가 재정 효율화를 위해 유전자 분석 기반 질병 예측, 예방도 필수다.
유전체 분석 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생위를 통과해도 인증기준 설정, 법 개정, 시범 사업 등을 거쳐 본격 적용되는 것은 2020년에나 가능하다”면서 “지금도 선진국과 비교해 상당히 늦었지만, 더 늦어질 경우 시장 조성은 물론 생태계 마련 골든타임을 놓친다”고 지적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