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정부가 1588·1577 등 전화 중계에 활용되는 '대표번호 전화 부가서비스' 요금 인하를 추진하자 중소통신사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부가서비스 제공에 소요되는 '전화부가 접속료' 인하를 검토하자 세종텔레콤과 드림라인, CJ헬로,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이 반대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 통신사는 접속료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요금을 인하할 경우 연간 최대 100억원 부담을 일방적으로 떠안게 된다며 합리적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배경은
이통사가 2015년 데이터 중심·음성 무제한으로 이통 요금 체계를 전환했지만 1588 등 대표번호 부가서비스에만 100분·150분 등 한도가 유지돼 이용자 부담이 높다는 논란이 지속됐다. 이들 번호는 주로 꽃배달, 피자주문, 대리운전, 상담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콜센터에 활용된다.
국회는 기업이 사업목적으로 제공하는 통화에 소비자가 초당 1.8원(분당 108원)을 부담하는 건 부당하다며 과기정통부에 시정을 촉구했다.
과기정통부는 대표번호 요금 원가요소인 전화부가 접속료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했다. 이용자가 1588 번호로 전화를 걸 때 이통사가 대표번호 사업자에 지불하는 접속료(현행 분당 12원)를 인하해 이용자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인하율은 10%에서 최대 30%까지 거론된다.
이 같은 방안은 반발에 부딪혔다. 중소 통신사는 핵심 수익원인 접속료 수익이 연간 100억원 가량 감소해 존립에 위협을 받게 된 반면, 대형 이통사에는 비용이 감소해 유리한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원인은
논란은 대표번호 부가서비스 기형적 접속료 운영 구조에 기인한다.
통신서비스 기본 원칙은 서비스를 제공한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요금을 과금하는 것이지만 대표번호 사업자만 예외가 인정됐다. 휴대폰으로 002, 00700 등 국제전화를 이용하면 이통사 요금고지서에 이용료가 표시되는 것과 달리 1588 번호는 별도 요금이 청구되지 않는다.
이는 20년 전 시행된 왜곡된 제도가 발목을 잡은 결과다.
옛 정보통신부는 2000년 이통사가 이용자로부터 대표번호 통화료를 과금하고 대표번호 사업자에는 접속료를 지불하도록 접속료 고시를 개정했다. 이통 시장 초기 신생 이통사가 매출을 확대해 자생력을 갖도록 지원하려는 조치였다.
이후 대표번호 사업자는 정부에 과금권을 돌려달라고 지속 요구했지만 정부는 고시개정 대신 대표번호 사업자에게 추가 접속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논란을 해결했다.
이통사는 데이터 중심 패러다임 변화로 음성수익을 포기하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받는 전화를 통한 접속 수익 없이 지불만 하는 구조인 1588 전화까지 전면 무제한으로 제공하긴 어려웠다.
이통사는 과도한 접속료 유발을 제한하기 위해 100분 등 제한을 유지했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해결은
소비자 부담은 사업 구조와 제도상 문제다. 중소 통신사가 부당한 요금체계를 의도적으로 유지해온 것이 아닌 만큼 일방적 접속료 인하가 아닌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중소 통신사는 이통사와 고통분담 방안을 찾을 때까지 일방적 접속료 인하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부가통화 무료 100분 한도도 소비자 관점에서는 부족하진 않다며 현행 유지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근본적으로는 대표번호에 대한 과금권을 중소통신사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소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정책은 통신사업자 간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서 “경쟁관계에서 약자인 중소통신사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의 정책적 혜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전화부가 접속료 역사와 중소통신사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현재 접속료구조가 제대로 돼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면서 “면밀하게 검토해 연내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통신사는 이통사에 접속료를 유발하기 위해 필요 없는 전화를 고의로 거는 등 일부 부정행위 논란에 대해서는 철저한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표〉1588 등 대표번호 전화 부가서비스 사업 구조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