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카드 수수료 인하 후폭풍<2>-정부사업 원천 배제, 간편결제 난립 '설 땅이 없다'

정부 카드 수수료 인하에 이어 정부 추진 사업에서 카드사가 전면 배제되고, 핀테크 기반 간편 결제가 난립, 신용카드 시장이 암흑의 터널로 진입했다.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후발 카드사는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롯데카드는 이미 매각 발표가 나왔다.

업계 존립 자체가 불투명하게 됐다.

마이데이터, 해외 사업, 지불결제 혁신 사업 등에 카드사가 내년부터 뛰어들지만 역부족이다. 영업지표도 직격탄을 맞아 더 이상 수익 창출 기반을 만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제로페이 사업 등에 카드사를 전면 배제했다. 일각에서는 제로페이가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 결제 시장에 진출할 경우, 카드사가 은행·핀테크 기업에 가맹점을 빼앗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카드 수수료 인하 이면에는 은행 기반 직불 결제와 현금 결제를 늘려 카드사 여신으로 발생하는 가계부채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분석한다.

하위 밴(VAN), 밴 대리점은 물론 제로페이 등 정부 사업이 안착되면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시장에 이르기까지 가맹점 수수료 경쟁이 촉발될 전망이다. 그럴 경우 카드사는 영업 기반 자체가 사라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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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영업지표 'F'

9번 인하된 가맹점 수수료 여파로 카드사 영업지표는 학점으로 따지면 'F'다. 지급결제부문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카드 대출 부문 영업이익도 낮아져 당기순이익도 추락할 전망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던 카드구매 실적이 올 상반기 급격한 둔화를 기록했다. 민간 소비자 지출 대비 카드구매실적 증가율이 최근 역전 현상을 보이며 카드 이용 자체가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정부의 카드수수료 개편은 약 1조4000억원 수수료 감소가 예상된다. 내년 카드사 손실분은 7000억원, 카드회원 혜택 1000억원이 증발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에는 카드사 손실분 5000억원, 카드회원 혜택은 3000억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2021년에도 카드사 손실분 3000억원, 카드회원 혜택 감소분은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후 3년간 카드사 당기순익 손실 누적은 1조5000억원, 소비자 혜택은 거의 사라질 전망이다.

이제 카드사도 마이너스를 메꿀 차세대 사업이 필요하다. 많은 카드사가 마이데이터,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 별도 간편 결제 사업에 뛰어들 태세다.

문제는 정부 시각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 지자체가 오픈 예정인 제로페이 사업이 카드사에겐 최대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애초 사업 초기부터 카드사를 배제했다. 수수료 장사를 하는 신용카드사가 공익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앞서 서울시는 신용카드사가 수수료를 받지 않고 우리 사업에 참여하는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며 정부 간편 결제 사업은 소상공인에게 혜택을 주는 공공사업이기 때문에 수수료를 받는 구조인 신용카드사 참여는 전면 배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미 카드 결제망을 보유한 카드사는 사업에 발도 담그지 못한 채 과거 시장 확대에 실패한 은행 직불결제 부문에 시장 자체를 빼앗기는 사태가 예상된다.

제로페이 오픈에 여러 논란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이 플랫폼이 시장에 안착할 경우 카드사는 생존 자체가 힘들다는 평가다. 특히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 시장에 직불결제 기반 제로페이가 활성화되면 온라인 가맹점 수수료까지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간편 결제 난립, 카드 플랫폼 '위기'

현재 많은 간편 결제 사업자는 카드사와 제휴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직까지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에 미치는 제한적이다. 하지만 정부가 오픈 API 등 간편 결제 사업자 시장 진입을 촉발하고 카드사 플랫폼에 대항하는 여러 IT기반 플랫폼에 힘을 실어주면서 소비 패턴도 카드에서 IT기반 핀테크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와 포털업체 온라인 간편 결제 서비스는 이미 카드사 제공서비스를 뛰어넘었다. 정부가 카드사를 압박하면서 그간 소비자 혜택을 축소할 수밖에 없던 카드사로선 방도가 없다.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삼성페이, LG페이, 페이코 등이 기존 카드사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급격히 잠식 중이다.

지급결제산업은 4차 산업혁명 최전선에 놓여 있으며 급격한 기술 진화로 관련 서비스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혁신기술 출현이 지급결제 중추 역할을 담당해온 카드사에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최근 지급결제시장은 혁신 지급결제 플랫폼 출현으로 급변한다.

핀테크 및 ICT 기업과 같은 혁신적 시장참여자는 모바일 기반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며 모바일 지급 결제시장을 키우고 있다. 간편 결제 시장도 동반 성장하고 있다.

지급결제 생태계는 신흥 지급결제 기술 출현, 경쟁, 고객 기대감 및 규제 환경 변화 등이 핵심 동인으로 작용하면서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전체 소비 중 온라인쇼핑 비중은 20%에 육박했고, 이는 모바일쇼핑이 주도했다. 현금 이외 지급수단으로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비중도 매분기 크게 성장했다.

세계 간편 결제 시장은 공룡 IT기업의 진입으로 근거리무선통신(NFC)과 QR코드 진영으로 이분화 됐다. 이들 진영은 또 기존 카드 플랫폼을 아예 대체하려는 대형 프로젝트에도 착수했다.

한국은 정부 주도로 수수료 인하와 여러 규제를 강화하면서 간편 결제와 카드시장이 공존, 난립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됐다. 이 시기를 틈타 해외는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섰다.

여러 국가에서 모바일 기반 표준과 함께 플라스틱 카드를 대체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국내 신용카드업계는 국내도 해외에서도 낙오되는 샌드위치 형국이 됐다.

◇카드사도 신규 미래사업 창출 노력 시급

이번 가맹점 수수료 개편은 우대 가맹점이 93% 이상이다. 적격비용 산정 자체가 의미 없게 된 셈이다. 이는 민간 영역의 가격 기능을 훼손한다. 어떤 국가에서도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정부 규제는 없다. 최종 시장 가격은 민간영역 경쟁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과도한 규제가 효율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3년마다 적격비용을 재산정하는 체계가 무너졌고 정치 이슈에 따라 수천억원의 카드 수수료가 움직인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향후 3년간 카드사 사업 리스크가 극대화되는 가운데 카드사가 비적격비용에 대한 협약을 통해 공동 절감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취약해진 카드 플랫폼 강화를 위해 정부가 주도하는 QR방식이 아닌 근거리무선통신(NFC)방식 플랫폼 확산을 꾀해야 한다”고 밝혔다.

QR코드방식은 신용카드 네트워크가 발달하지 못한 국가에서 차선책으로 나온 지급결제 서비스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카드사인 비자, 마스터 등이 유럽에서 비접촉 결제 기능을 추가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2020년까지 모든 단말기에 비접촉 결제 기능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같은 흐름을 보더라고 국내 카드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NFC단말기 보급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수익 개선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위원은 “향후 카드사는 공동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을 통해 다양한 빅데이터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해주고, 이에 따른 수익배분을 가져가는 사업모델을 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석일홍 김앤장 변호사는 “신용카드사는 각종 제품정보, 구매정보를 알 수 있고 이는 현존하는 금융정보 중 가장 가치 있는 정보”라며 “정보가 신용카드사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도록 정보판매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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