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높은 베개를 베고 누워 TV를 보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 때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뻐근해 하루 종일 고생한다. 깊은 잠에 빠져들면 TV 전원이 저절로 꺼지고 베개가 낮아질 수는 없을까.
이 같은 바람이 현실화됐다. 씨엔프런티어(대표 남형호)가 사물인터넷(IoT) 기반 슬립센서를 개발했다. 전동침대와 연동, 최적의 수면 환경을 구현한다. 슬립센서는 침대 매트리스 위, 시트 아래 깔린다. 사람 몸에 직접 닿지 않는다.
수면 상태 분석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수면 정보, 신체 변화, 생체 신호를 감지한다. 잠을 청한 뒤 실제 숙면에 빠질 때까지 걸리는 입면시간을 측정한다. 깊은 잠과 얕은 잠을 구분, 시간대별로 보여주는 것도 가능하다. 코걸이, 뒤척임 횟수도 계산한다. 무호흡 여부도 알 수 있다. 별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결과를 보여준다. 확인이 쉽도록 그래프로 나타낸다.
수면 상태는 점수로 환산한다. 100점 만점에서 좋지 못한 수면 형태가 발견될 때마다 감점하는 방식이다. 입면시간이 길거나 뒤척임이 많으면 감점 요인이다. 수면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조언도 한다. '잠자기 전 심한 운동을 삼가라'는 식으로 안내한다.
슬립센서는 전동침대와 연동한다. 코골이가 심하면 등판을 올려 완화시킨다. 무호흡일 때는 진동을 보내거나 스마트폰 알림을 울린다. 위급 상황이 벌어지면 병원 및 저장된 연락처로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 집안 가전제품, 물건을 제어한다. TV, 조명, 가습기 등이 대상이다. 내년 초 상용화에 나선다. 온·습도를 조절하고 커튼을 여닫는 기술도 선보인다. 아침 기상 알림도 숙면일 때를 피해 렘수면에 맞춰 켠다. 상쾌한 기상을 돕는 기술이다.
기존 수면 분야 IoT 제품은 정보 제공 용도에 그쳤다. 앱으로 매트리스, 전기장판 온도를 높이거나 숙면 데이터베이스(DB)를 관리하는 정도가 시중에 출시됐다. 실제 수면 상태에 반응해 작동하는 제품은 슬립센서가 유일하다고 회사 관계자가 설명했다.
씨엔프런티어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만 한다. 에몬스에 슬립센서를 공급했다. 체리쉬, 세진침대, 영남베드와도 손잡았다. 조만간 기업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에 진출한다. 보급형 슬랩센서도 내놓을 예정이다. 슬립센서는 국내 모든 전동침대 제조사 제품과 연결된다. 전동침대 전체가 씨엔프런티어와 기술제휴를 맺은 독일 오킨사, 프랑스 리낙가 모터를 쓰기 때문이다. 신뢰성 검증 작업을 마쳤다.
의료기기 시장도 개척한다. 현재 심장박동 측정 정확도는 90%다.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정확도가 100%에 도달하면 의료기기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있다”며 “간호사 대신 환자 수면 상태를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엔프런티어는 2016년 10월 문을 열었다. 이 회사는 이원오엠에스 자회사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