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 년 경쟁사 GS칼텍스와 머리를 맞대 히트상품 '홈픽'을 만들고, 공공기관과 협력해 주유소 공유경제 가치를 극대화 시킨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이 정유사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 향후 확대가 예상되는 글로벌 저유황 시장 선점 행보에 속도를 낸다.
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조 사장은 수시로 울산CLX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 건설현장을 방문해 직원을 격려하고 프로젝트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SK에너지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VRDS 프로젝트는 황 함량을 획기적으로 낮춘 친환경 선박 연료유(저유황 중유) 생산 설비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발표한 환경규제 'IMO 2020'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VRDS가 완공되면 확대되는 선박용 저유황 중유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사장은 공사 현장 SHE(안전·보건·환경) 관리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임직원 안전 확보 지원에 힘썼다. 동시에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공기 단축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2020년 7월 완공 예정이던 공사를 같은 해 초로 앞당겼다.
강화되는 환경규제로 저유황 중유 수요가 발생함과 동시에 제품을 공급할 채비가 갖춰질 전망이다.
조 사장은 VRDS의 설계·구매·건설 등 모든 과정을 살피며 시간적인 측면에서 손실이 없는지 직접 챙기고 있다. SHE 측면에서는 발주사와 시공사, 협력사의 안전관리 협의체 회의 결과를 직접 확인했다. 현장의 애로사항이나 안전 위협 요소를 점검하고 보완을 주문하고 있다.
조 사장은 최근 울산CLX VRDS 건설현장을 찾아 “VRDS는 앞으로 큰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성공적으로 설비를 건설해 IMO 2020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만큼이나 임직원 안전도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전하게 VRDS 신설을 완료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조 사장이 VRDS를 챙기고 나선 배경은 정유사업의 근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SK이노베이션의 딥체인지 2.0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국제유가와 환율 등 외부요인에 따라 실적 부침이 심한 정유사업을 최대한 상향 안정시킬수록 석유화학 등 비정유 부분 실적이 부각될 수 있다.
VRDS를 신설해 글로벌 저유황 시장 강자로 우뚝 서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VRDS 설비가 완공되면 SK에너지는 하루 3만8000배럴 수준의 압도적인 규모 저유황유 생산 능력을 보유한다. 저유황유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누린다.
이와 관련 골드만삭스는 IMO 2020이 시행되면 경유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경유와 고유황 중질유 간 가격 차이가 늘어 수익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사장은 SK에너지 전신 유공 재정팀에 입사한 뒤 SK 금융팀 팀장, SK텔레콤 재무관리실장 상무, SK홀딩스 재무부문장 부사장 등을 지낸 재무 전문가다. 지난해 말 기업 가치를 높일 전문경영인, SK에너지의 사업 가치를 고양시킬 적임자로 꼽혀 SK에너지 사장으로 부임했다.
SK에너지의 실적 안정성을 높이고 정유사업이 SK이노베이션의 든든한 유동성 공급처 역할을 수행토록 만들어가고 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