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가 국내외 유통업계 미래를 좌우할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정보통신기술(ICT) 진화와 4차산업혁명 기술 등장, 물류기술 발달 3박자가 맞물리면서 오프라인 유통산업을 넘어서는 초대형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 온라인쇼핑 업계는 전통 오프라인 유통가 상품군 및 서비스로 취급 범위를 확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형마트, 백화점, 가전양판점 등은 잇달아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들며 정면 승부에 나섰다. 홈쇼핑, 포털도 앞 다퉈 e커머스 시장에 도전한다. 온라인 쇼핑 주도권을 둘러싼 업종 경계 없는 무한 경쟁이 시작됐다.
◇온라인쇼핑, 유통판을 흔들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총 거래액은 78조2273억원이다. 전년 65조6170억원과 비교해 19.2% 상승했다. 매년 두 자릿 수 성장을 지속하며 올해 사상 처음 100조원 돌파에 도전한다. 오프라인보다 저렴한 가격, 빠른 배송, 다양한 상품군 3박자가 어우러지며 소비층을 확대했다.
e커머스 업계는 상품 구색 확대와 서비스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 규모를 키웠다. 과거 공산품 중심에서 여행, 숙박, 전자, 전자(e) 쿠폰 등 O2O 영역으로 확대한 것은 물론 오프라인이 주도한 신선식품 시장까지 발을 넓혔다. 소비자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재래시장, 여행사에 가지 않아도 원하는 상품을 터치나 클릭으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소셜커머스에서 태동한 쿠팡, 티몬, 위메프는 각각 오픈마켓, 직매입, 온라인여행, 신선식품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종합 e커머스 업체로 변신했다. 이베이코리아, 11번가, 인터파크 전통 오픈마켓은 해외직구, 여행, 역직구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속도를 낸다.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불을 지핀 '물류 혁명도 온라인커머스 확산에 일조했다. 그동안 주문부터 수령까지 짧게는 2~3일 길게는 7~10일 소요된 배송기간이 하루로 줄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간극을 없앴다. 이르면 주문 다음 날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신개념 물류 서비스는 오프라인 소비자의 눈을 온라인으로 돌리게 한 기폭제다.
◇오프라인 공룡, 온라인으로 진격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속속 온라인 영토 개척에 나서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소비자를 대거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기업은 e커머스 전담 조직을 설립하고 온라인 전용 상품과 서비스를 확충하는 등 전장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롯데는 올해 'e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했다. 현재 7조원 수준인 온라인 부문 매출은 2022년 20조원으로 확대, 전체 매출 30% 수준으로 키운다. 기존 온라인쇼핑 업체를 앞서는 초대형 유통 플랫폼을 노린다.
배송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기존 확보한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다.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수령하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옴니채널 체험 매장, 무인점포를 확대해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새해에는 온라인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인다. 로그인 한 번으로 7개 유통 계열사(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롭스, 롯데닷컴)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면서 시너지를 노린다.
신세계그룹은 그동안 백화점과 이마트로 구분해 운영했던 온라인 사업부를 통합해 내년 3월 신규 법인을 설립한다. 총 1조7000억원을 투입해 물류·배송 인프라를 확보하는 한편 상품 및 정보기술(IT) 경쟁력 향상을 꾀한다. 오는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해 국내 온라인커머스 시장을 이끄는 선두 기업으로 자리 잡는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인수·합병(M&A)도 추진한다.
대형마트와 가전양판업계도 온라인 채널 육성에 힘을 쏟는다. 오프라인 유통가의 전유뮬로 여겨졌던 신선식품과 생필품, 대형가전이 e커머스 주요 품목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생필품 등 핵심 상품 가격을 수시로 조정하며 온라인쇼핑 업체를 견제하는 한편 자생력 기르기에 주력한다. 온라인 전용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한편 각 지역 점포를 거점으로 활용하며 한층 신속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전양판업계는 최근 온라인 단독 프로모션을 선보이는 한편 일부 제품에는 최저가 정책을 적용하며 오픈마켓, 종합몰 등과 맞붙고 있다. 경쟁 채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객을 끌어들여 2차 구매를 유도한다. 현재 가전양판업계 온라인 매출 비중은 20% 안팎이다.
◇홈쇼핑, 포털에 스타트업까지...춘추전국시대
유통 시장 산업 지형은 급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핵심 산업으로 대두되면서 기존 온라인쇼핑과 오프라인 업체는 물론 홈쇼핑, 포털, 스타트업까지 점유율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홈쇼핑은 모바일 미디어 다양화에 따라 TV 시청률이 감소되는 가운데 온라인커머스를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채널 번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물론 언제 어디서나 방송 콘텐츠는 물론 상품 판매 방송을 노출할 수 있다.
GS홈쇼핑은 지난해 연 취급액 3조922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온라인(모바일+인터넷) 취급액은 1조9159억원으로 TV쇼핑 취급액(1조8394억원)을 처음 넘었다. TV가 온라인에 홈쇼핑 사업자 제1 판매채널 자리를 내 준 셈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온라인·모바일커머스를 주시한다. 중소판매자가 온라인쇼핑으로 창업에 나설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는 한편 쇼핑 관련 서비스를 확충하는데 힘을 쏟는다. 이용자 접근성이 높은 검색 서비스와 모바일 메신저에 각각 쇼핑에 접목해 사용자 편의를 강화한다.
스타트업의 진입도 활발하다. 틈새시장을 노린 차별화 서비스로 인지도를 올리며 성장 가도를 달린다. '샛별배송'을 앞세운 모바일 프리미엄 마트 마켓컬리, 모바일 홈쇼핑 포털 '홈쇼핑모아'를 운영하는 '버즈니', 인공지능(AI) 쇼핑 서비스를 개발한 '마인드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