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미중 무역전쟁은 결국 반도체 전쟁으로 번진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은 기술패권 경쟁이며 이는 결국 반도체 전쟁을 부를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2월 1일자 최신호 커버스토리 '반도체 전쟁: 중국, 미국, 그리고 실리콘 패권'을 통해 이 같은 양상을 소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전선은 기술을 둘러싼 21세기 싸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전투에는 인공지능(AI)부터 인터넷 장비까지 모든 것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술 패권경쟁의 핵심 전쟁터를 반도체로 지목했다. 미국 산업의 선도적 입지와 슈퍼파워를 향한 중국의 야심이 가장 격렬하게 직접 충돌하는 지점이 반도체라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센 통상공세 때문에 기술패권 경쟁이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으나, 사실 반도체 전쟁의 불씨는 그가 국제사회에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관측됐다.

반도체는 중국이 2014년 국내산업 발전에 1조 위안을 쏟아붓고 산업발전의 비전인 '중국제조 2025'를 선포할 때 그 핵심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이 같은 의욕을 간과하지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들어 인텔이 첨단 반도체를 중국에 팔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은 2016년 중국기업 푸젠 그랜드칩이 독일 아익스트론의 미국 반도체 자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좌절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전 중국의 수출 보조금 지원과 기술이전 강요에 조치를 취하라는 보고서까지 남겼다.

반도체 기술을 흡수할 수 없게 된 중국은 답답한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첨단 반도체는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대만이 지배하고 중국은 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코노미스트는 매출 규모로 줄을 세운 세계 15대 반도체 기업 가운데 중국 기업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반도체 야심에 대한 중국의 견제는 더 강화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국면을 초래한 최근 변화는 두 가지이며 그 속성 때문에 반도체 정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의 변화는 중국보다 강한 국력이 기술 우위에서 온다는 것을 미국이 깨달았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ZTE 사태를 겪은 중국이 반도체 자립의 필요성을 뼛속 깊이 느끼게 됐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양국의 이런 이해관계는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에는 중국 반도체에 기대게 되거나 중국의 해킹에 취약해진다는 정당한 국가안보 우려가 있고,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중국기업의 목을 조르는 상황에서 슈퍼파워 행세를 하는 게 군색하게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 달 1일 아르헨티나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무역 담판을 진행한다. 반도체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 시 주석의 집권기보다 오래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