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카드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와 소상공인 희비가 갈렸다.
소상공인 협·단체는 정부의 수수료 인하 대책을 반기며 '대통령님 고맙습니다'라고 새긴 현수막을 내걸었다. 반면에 카드 노조 등은 천막 농성에 들어가는 등 사회 여론이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다.
시장 논리에서 정부가 카드 수수료를 좌지우지하는 행태는 벌써 아홉 차례나 반복됐다. 물론 카드업계가 그동안 높은 수수료를 통해 배를 불린 것도 사실이다.
개편안에서는 핵심이 빠졌다. 바로 대형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 여부다. 정부가 카드 수수료를 낮추려는 명분은 소상공인에게 혜택을 주기 위함이다.
수혜자가 명확해야 한다. 카드사는 기업이다. 즉 카드사가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서는 또 다른 동기와 유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가서비스 축소나 카드 연회비 상승을 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효율화 열쇠는 바로 초대형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차등화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결제가 많이 나는 대형마트 등을 VIP로 모실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에서 무이자 할부와 파격 할인 혜택을 줄 수 있는 것도 그만큼 카드 소비가 많기 때문이다. 동네 슈퍼나 편의점에서 카드사 프로모션을 본 적이 있는가. 없다.
과거 이들 대형 가맹점은 카드사로부터 막대한 프로모션 비용을 지원받았고, 심지어 수십억원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제공받았다. 리베이트 금지를 법으로 명문화했지만 여전히 우회, 편법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는 정황이 나온다.
대형 가맹점은 소상공인이 아니다. 그렇다면 정말 필요한 소상공인에게 수수료를 낮춰 주는 대신 수천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는 대형 가맹점에는 그만큼 카드 수수료를 인상시키는 '강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카드사는 물론 정부조차 대형 가맹점에 대해 강제하지 않는다. 결국 어물쩡 대형 가맹점은 이번 수수료 개편안을 통해 이득을 보게 됐다.
과연 누구를 위한 카드 수수료 개편안인지 짚어 봐야 한다. 무조건 영세상인 수수료 인하에만 집착하는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야 한다. 실제 카드수수료를 인하했을 때 그 혜택이 영세가맹점에 돌아가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이제라도 금융 당국,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대형 가맹점 실상을 파악해 좀 더 현실에 맞는 카드 수수료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또 한 번의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어렵게 된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