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충전 기술력 인정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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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박(한국명 박용만) 에너베이트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내연기관차가 주유소에서 연료를 주입하는 시간인 5분 만에 전기차를 충전할 수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긴 충전시간과 제한된 주행거리, 저온 성능, 안전성 등 소비자 우려를 해결하고 전기차 도입을 가속화 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배터리 기술개발 업체 에너베이트 창업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벤자민 박(한국명 박용만) 박사는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이 회사는 최근 LG화학과 르노닛산미쓰비시얼라이언스의 벤처캐피털인 얼라이언스벤처스로부터 잇따라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받았다.

실리콘을 70% 이상 주성분으로 하는 음극재가 에너베이트 핵심 기술이다. 음극재는 충전할 때 리튬이온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리튬이온을 얼마나 빨리 받아들이는지가 충전속도를 좌우한다. 실리콘은 현재 음극 소재로 쓰이는 흑연보다 에너지밀도가 높아 많은 기업이 차세대 기술로 개발하고 있다. 다만 충·방전 과정에서 부피가 팽창하는 치명적인 단점을 해소할 수 있는 기술 한계로 현재 음극 내 실리콘 함량은 5% 이하에 머물러 있다.

에너베이트는 필름 형태 음극활물질로 문제를 해결했다. 기존 음극은 분말 형태의 음극활물질에 폴리머 바인더 섞어 극판을 만들기 때문에 충·방전 과정에서 실리콘이 팽창·수축을 반복하며 폴리머 바인더를 망가뜨리고 극판에서 활물질이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생긴다. 활물질 필름은 견고하고 전기 전도체이기 때문에 팽창과 수축이 극판 내에서 이뤄지고 활물질이 전기적으로 분리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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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베이트가 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 실리콘 음극.

자체 양산도 검토했지만 기술을 개발해 배터리 업체나 자동차 제조사에 라이선스하고 로열티를 받는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LG화학과 얼라이언스벤처스, 삼성벤처투자, 레노버 등으로부터 1억달러 미만 투자를 유치했다.

박 CTO는 “특정 회사를 거론하긴 힘들지만 기술이전이나 공동 개발이 기본 비즈니스 방향”이라면서 “현재 자동차, 배터리 제조사와 기술 상용화를 준비하는 단계로 기존 생산라인 구조를 약 15% 정도만 변경하면 양산라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충전속도는 기존 흑연 음극재 배터리보다 10배 빠른 수준으로 적어도 향후 5년간은 더 향상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에너지밀도와 수명을 2020년까지 15% 개선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후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전지 개발 계획도 가지고 있다. 에너베이트가 개발한 실리콘 극판은 표면이 크게 팽창되지 않아 자체 실험에서 고체 전해액과 결합했을 때 우수한 결과가 나왔다.

박 CTO는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태어났지만 '너무 미국인 같다'는 부모의 판단에 한국에 와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했다. 이후 퍼듀대와 캘리포니아대 얼바인에서 석·박사학위를 받고 2005년 에너베이트를 창업했다. 초기에는 반도체에 붙이는 초소형 마이크로배터리에 주력하다 IT기기용 배터리로 방향을 바꿨고 이를 바탕으로 2016년부터 자동차 배터리를 개발해 여러 자동차 회사와 대형 배터리 제조사로부터 검증을 받았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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