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산자동차가 카를로스 곤 회장을 해임한 것과 관련, 프랑스 정부 고위당국자가 르노와 닛산 기업연합의 현재의 힘의 균형에 변화를 도모할 때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프랑스의 르노와 일본의 닛산, 미쓰비시의 3사 연합구조를 고안하고 기둥 역할을 해온 곤 회장의 해임으로 경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일본과 프랑스 간의 대결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닛산 측에 대한 경고음으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 당국자는 22일(현지시간) "우리는 지금은 가령 닛산이 르노에 대한 지분참여를 늘리는 등의 소유관계 또는 기업연합의 변경을 시도할 시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당국자는 "그들(일본 측)도 이런 것이 자신들의 의도는 아니라고 우리에게 밝혔다"면서도 향후에 이런 논의를 할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닛산 내부에서 곤 회장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면서도 "우리는 이 모든 사태와 관련해 음모론이 이는 것을 알지만 그런 의혹은 매우 극단적이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엘리제궁의 이런 반응은 곤 회장의 비위 의혹에 대한 일본 검찰의 수사와 닛산이 경영에서 곤 회장을 배제한 것 등 일련의 사태를 두고 일본 언론에서 르노-닛산-미쓰비시 3사 연합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에 대한 경고로 보인다.
성급하게 르노와 닛산의 지배구조를 변경하거나 경영의 주도권을 쥐려는 쟁탈전이 일어날 경우 르노의 최대주주인 프랑스 정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닛산 측은 곤 회장의 체포와 관련, "3사의 파트너십에 어떤 영향을 주는 성격의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지만 일본 언론에서는 닛산 내부에서 르노가 인사와 경영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컸다는 식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르노그룹의 최대주주는 지분 15.01%를 보유한 프랑스 정부다.
르노는 닛산의 주식 43.4%를 보유하고 있으며, 닛산은 르노의 주식 15%를, 미쓰비시자동차의 주식 34%를 각각 보유하며 3사가 복잡한 교차지분 소유로 긴밀하게 얽혀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