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0대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에 국내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디지털헬스케어 핵심 사업모델인 원격의료, 소비자의뢰유전체분석(DTC) 등이 국내서 불법이 탓이다. 글로벌 100대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이 한국서 사업을 하면 63곳이 영업에 제한을 받거나 불법으로 처벌받는다. 규제 장벽으로 고령화 시대 국민 보건은 물론 글로벌 산업 경쟁력 퇴보가 우려된다.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스타트업코리아: 디지털헬스케어 정책제안 발표회'에서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 규제에 대한 지적이 높았다. 규제가 지속될 경우 세계 디지털헬스케어 패러다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스스로 고립을 자초할 전망이다.
박경수 KPMG 이사는 “우리나라는 디지털헬스케어가 발전하는 좋은 조건을 갖췄지만, 글로벌 100대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 중 우리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면서 “글로벌 100대 기업 중 63곳이 진입규제로 우리나라에서 온전히 영업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이후 설립된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 100개 중 우리나라 기업은 단 한곳도 없다. 미국이 72개로 가장 많고 영국 4개, 스웨덴과 프랑스가 각각 3개, 기타 14개 등 순이다. 이들 기업은 한국 진출도 어렵다. 원천적으로 서비스가 불가한 기업이 31곳이다. 제한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곳은 32곳이다. 투자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75%가 온전한 사업 영위가 불가능했다.
국내 영업이 불가능한 이유 1순위는 '원격의료'(44%) 규제다. 글로벌 톱 100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 중 절반 가까이가 원격의료로 성장했다. 미국, 중국, 영국 등이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로 국민 보건과 산업 육성을 동시에 꾀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이사(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중국은 2015년 이후 3년 만에 원격의료 이용자 2억명이 넘어서는 동시에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상대적으로 의료 후진국으로 평가되던 국가도 원격의료, AI 등을 융합해 초격차로 우리를 앞지를 처지”라고 우려했다.
원격의료에 이어 DTC 규제가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원인 중 24%를 차지했다. 최근 유전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질병예측, 진단, 예방이 디지털헬스케어 한 축으로 떠올랐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민간 기업이 개인 유전자를 분석하는 범위가 웰니스에 한정됐다. 지불의사가 높은 질병진단, 예측 분야는 수년 째 논의만 한다.
이 밖에 사업을 제한하는 규제로는 데이터 관련 규제(7%), '특정 의료기관에 대한 알선 행위 및 비의료인의 의료인에 관한 광고 금지' 등이 꼽혔다. 우리나라는 전자의무기록(EMR) 보관 주체를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으로 한정하며 데이터 비식별화 규정도 없다. 민간에서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 영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글로벌 100대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은 2014년 이후 누적 투자 유치 금액만 18억달러(약 2조309억원)에 이른다.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불법인 원격의료, DTC, 의료 빅데이터 등을 사업모델로 한다. 의료정보 활용을 위한 비식별화 규제 명확화 원격의료 허용 범위의 점진적 확대 DTC 유전자검사 허용 항목 확대 등이 요구된다.
송승재 한국디지털헬스협회장은 “우리나라 디지털헬스는 전담부처도 없는데다 체계적 육성을 위한 법률도 없다”면서 “국가적으로 부담이 가중되는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디지털헬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