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고 내년 전망은 더 우울해 우리 기업 불안감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세수풍년이 4년째 계속되며 정부만 '나홀로 호황'이라는 지적이다. 양호한 세수 실적의 상당부분은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이는 법인세가 차지해 “기업 부담을 더 늘려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누계 국세수입은 233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와 비교해 26조6000억원 더 걷혔다. 연간 목표 대비 실제 걷은 국세수입 비율을 의미하는 진도율은 87.2%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동기(82.5%)보다 4.7%포인트(P) 높은 수치다.
지난해 국세수입 실적이 안 좋았기 때문이 아니다. 지난 2013~2014년엔 정부 예상보다 세수가 덜 걷히는 '세수결손'이 발생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는 반대로 세수가 예상보다 더 걷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초과세수 규모는 2015년 2조2000억원, 2016년 9조8000억원, 2017년 14조3000억원으로 계속 확대되는 모습이다.
올해 세수풍년의 주요 원인으로는 법인세·소득세 호황이 꼽힌다. 소득세와 법인세는 9월까지 누계로 각각 63조1000억원, 65조1000억원을 거뒀다. 국세수입은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교통세 등으로 구성되는데 올해 9월까지 누계로 법인세와 소득세 비중이 가장 높다.
특히 법인세는 9월에 이미 진도율 103.3%를 기록했다. 올해 연간 목표치를 3개월 전에 이미 초과 달성했다는 의미다. 기재부는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올해 귀속분 중간예납이 증가한 원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간예납은 법인세 일부를 중간에 미리 납부하는 제도다.
법인세는 매년 확대되는 모습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법인세 실적은 2015년 45조원, 2016년 52조1000억원, 2017년 5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법인세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기업이 많은 수익을 올렸다는 의미다. 그러나 법인세가 늘었다고 국내 기업 전반의 실적이 좋았다고 봐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세 실적은 수익을 내는 특정 산업 분야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일례로 요즘처럼 반도체가 호황일 때에는 해당 기업 때문에 법인세 실적이 좋지만 다른 업종도 상황이 괜찮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올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고, 내년 경기 전망이 어두운 점을 고려해 정부가 법인세를 더 거둬들이려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이 내년 경기 둔화에 대비하고,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자금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전후를 기점으로 우리 경제는 정점을 찍고 하강 국면에 돌입했다. 작년 3.1%였던 성장률은 올해 2%대 중후반에 머물 전망인데, 내년에는 이보다 낮은 수치가 예상된다. 수출을 제외한 내수 전반이 부진하며, 특히 기업 투자가 지속 축소되는 모습이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달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민생경제는 하루하루가 어려운데 정부만 나홀로 호황을 맞고 있는 셈”이라며 “세수가 전망을 훨씬 초과한다면 정부는 그걸 믿고 추경을 편성해 임시방편으로 사용하지 말고 국민과 기업 세 부담을 낮춰 경제 장기 회복력을 키우는 쪽으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