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슈어테크가 기존 보험 비즈니스 모델을 파괴할 것이라는 전망과 다르게 전통 보험사와 스타트업들이 상생 관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는 해외 보험사에 이어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19일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61%가 전통 보험사들과 보험가치사슬 향상을 위해 협력에 나섰다.
인슈어테크는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등 IT신기술을 보험 산업에 적용한 개념이다. 국내에서는 토스와 보맵, 굿리치, 인바이유가 대표적인 인슈어테크 업체다. 이들은 보험금 간편 청구부터 보험정보 비교, 설계사 전용 서비스 등 다양한 보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험사의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투자는 지난 5년간 크게 늘었다.
2012년 보험사 투자의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비중은 전체 46건 중 1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03건 중 119건으로 급증했다. 전체 보험사 투자의 약 60% 수준이다.
투자는 기존 보험 산업에 적용 가능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집중됐다. 보험사 투자 중 65%는 상품 판매와 보험 인수, 보험금 청구 등 보험 가치사슬을 효율화하는 기술을 갖춘 기업이다.
해외 보험사는 오래 전부터 벤처캐피털 자회사를 통해 투자하고 있다.
중국 핑안보험, 프랑스 악사(AXA), 독일 알리안츠·뮤닉리, 영국 아비바, 미국 마스 뮤추얼 등이 대표적이다.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터 설립까지 하는 보험사도 있다.
최근 국내도 이런 투자와 협력이 크게 늘고 있다.
교보생명과 인슈어테크 기업 디레몬이 대표적인 경우다. 교보생명은 디레몬과 보험금 자동청구시스템을 도입했다. 소액 보험금(100만원 미만)에 한해 고객이 청구하지 않아도 보험사가 자동 지급하는 서비스다. 간편 인증만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교보생명은 관련 시스템 구축을 완료해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디레몬은 보험설계사의 보장분석 솔루션인 '레몬 브릿지'를 교보생명에 이어 오렌지라이프에도 제공하고 있다.
클라우드 보험 플랫폼 업체 인바이유는 현대해상과 업무협약을 하고,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서 공인인증서나 별도 액티브X 없이 휴대폰 인증만으로 가입이 가능한 여행자보험을 선보였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에 나선 보험사도 있다. 한화생명은 국내 보험사 처음으로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여의도에 '드림플러스 63'을 오픈했다. 올해 4월 '드림플러스 강남'까지 오픈했다.
보험업계의 ICT 활용이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는 점에서 보험사와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상생모델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는 은행이나 금융투자, 카드 등과 달리 사람에 의존해 영업하는 구조”라며 “이런 형태로는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