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프트웨어는 공공재가 아니다

“본사에서는 왜 자바 서비스 과금 체계를 한국 고객사에 다시 설명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합니다.”

최근 자바 유료화 논란 관련 한국오라클 관계자 설명 가운데 인상에 남은 대목이다. 내년 1월 자바SE8 무료 업데이트 중단은 세계 각국이 동일한데 왜 한국에서만 유독 논란이 되는지 본사가 모른다는 의미다.

실제 자바SE 제품은 최초 출시 당시 무료로 운영되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서 유료로 전환됐다. 이에 앞서 자바SE6은 6년 2개월, 자바SE7은 3년 9개월 만에 긱각 유료 배포로 바뀌었다. 자바SE8은 출시 4년 10개월 만에 무료 배포가 중단된다. 이번에 새롭게 유료 전환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평소 소프트웨어(SW)는 무료라는 잘못된 의식이 말도 안 되는 논란을 불러들였다. 역사가 길고 규모가 큰 글로벌 기업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MS) 제품에 대한 인식이 이런데 국산 SW는 말할 필요도 없다.

최근 SW산업협회를 비롯해 정보기술(IT)서비스산업협회, 상용SW협회 등 SW 유관 협회는 'SW 제값 주기'를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제값 주기가 누군가에게 '철 지난 옛 가요'일지는 모르지만 SW업계 입장에선 절박하다. 1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풍토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와 대안을 찾아달라는 게 요구 사항이다. 특히 제도 개선만큼이나 인식 변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회는 있다. 올해 중학생부터 시작해 내년 초등학교 5~6학년으로 의무화가 확대되는 SW 교육이다. 코딩 교육뿐만 아니라 SW 인식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다른 재화와 마찬가지로 SW도 구입해서 사용하는 제품이라고 가르쳐야 한다.

기자도 학창 시절 SW는 누구나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관련 교육이 없었고, 유형 아닌 무형이어서 더욱 그랬다. 교실에 불법 복제 SW와 CD 키가 만연하던 시절이었다. 국어 시간에 우리말, 사회·도덕 시간에 법·제도 준수를 가르치는 것처럼 SW 시간에는 SW가 구입해서 써야 하는 제품이라는 사실을 숙지시켜야 한다.

SW는 공공재가 아니다. 특정 SW 기업 또는 개발자 사유 재산이다.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공동 서비스재가 아니다. 대가를 치르지 않더라도 소비 혜택에서 배제할 수 없는 서비스는 더더욱 아니다. SW 사용 인식 대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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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융합산업부 박종진 기자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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