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기로에 선 한국 인슈어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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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우 보맵주식회사 대표

인슈어테크는 보험과 기술의 합성어다. 전통 보험 산업에 기술이 더해지면서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단순히 보험 가입 간소화, 보험금 청구 자동화, 지급 심사 단축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인슈어테크 발전으로 보험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정보 비대칭에서 대칭으로, 사후 안전망에서 사전 위험 감소로 변하고 있다.

인슈어테크가 단순히 트렌드가 아니라 보험 산업을 반드시 크게 변화시켜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위험 속성 자체의 변화다. 자율주행차 등장, 공유경제, 핀테크 등 신산업의 발전과 사이버 위험에 대한 안전이 필요하다. 즉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위험이 계속 생겨나는 것이다. 이에 새롭게 등장하는 위험에 보험이 안전망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소비자 변화다.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소비자는 과거와 달리 본인이 필요할 때 가입하는 형태, 특수한 상황에서도 본인 활동 기반에서 본인 주도형 및 맞춤형 보험 등을 원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이에 보험은 소비자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어떨까. 냉정히 말해서 글로벌 인슈어테크와 벌어진 격차는 최소 5년 이상이다.

글로벌 인슈어테크 기업은 중안보험이나 AXA와 같이 대형 보험사뿐만 아니라 레모네이드, 오스카 등 보험 스타트업이 시장 주요 플레이어로 활약하고 있다. 이 기업은 이미 2013년부터 인공지능(AI)·블록체인·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보험 상품 개발, 보험심사, 보험청구, 개인별 맞춤형 보험 제시, 실시간 보험사고 위험 모니터링 등 보험 대부분 영역에 적용·상용화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새로운 위험에 대한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고, 생활 밀착형 온디멘트 상품을 데이터 기반으로 개인별·상황별 맞춤 상품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솔직히 말해서 걸음마도 못 뗀 상황이다. 다행히 올해 5월부터 범정부 차원에서 데이터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업 육성, 금융혁신특별지원법,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 방안 등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정책의 속도가 문제다. 정책의 속도가 늦을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비스를 받지 못 하는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보험 산업의 발전이 더뎌지고,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측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 소비자가 얻지 못하는 가치와 편익이다.

필자는 한국 인슈어테크 활성화를 위해 두 가지 제언을 한다.

첫째 디지털보험 유통 채널에 맞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모바일 유통 채널은 대면 채널의 보완재 성격이다. 또 스마트폰 확산에 따라 소비자 접근성 확대 및 소비자가 직접 정보를 취득하는 형태의 자발성 계약이 늘면서 보험 산업의 고질화된 문제인 불완전 판매가 개선되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소비자에게 적합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바운드 영업 형태는 기존 아웃바운드 영업 형태와 결합해 서로의 보완재로, 더 나아가 소비자에게 더 큰 편익을 주게 될 것이다.

둘째 신산업에 필연인 법률 회색지대 해소다. 신산업의 경우 서비스가 앞서 나가고 법이 뒤따라가는 형태다. 이에 합법도 위법도 아닌 회색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소비자 보호 및 편의 확대 최우선을 전제로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금보다 빠른 형태의 유권해석 적극성이 필요하다.

법과 규제가 생긴 이유는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법과 규제 역시 시대에 맞게 변화될 필요가 있다. 한국 인슈어테크가 소비자 편익과 산업 발전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그 기로에 서 있다.

류준우 보맵주식회사 대표 jay@bomap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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