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BMW 화재' 민관합동조사 100일…“여전히 뚜렷하지 못한 원인”

Photo Image

정부가 BMW 차량의 잇단 화재원인을 밝히기 위해 민관합동조사단(조사단)을 구성한지 10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조사를 주도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연말까지 화재 원인을 밝히겠다고 공헌해둔 상황이기에, 조사단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발표한 중간조사결과를 두고 '갑론을박(甲論乙駁)'이 벌어지고 있다. 원인이 명확해야 대책과 보상도 정교해 진다. '진짜' 화재원인의 규명은 가장 중요하다.

◇민관합동조사단, 화재 원인 BMW 주장과 다른 'EGR 밸브'

지난 7일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조사단은 BMW 화재 원인에 대한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화재 원인을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밸브'로 지목했다. 지금까지 BMW 측이 지목하지 않은 부품이고 기존 화재 조건으로 꼽은 '바이패스 밸브'의 경우 화재를 유발할 변수가 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단이 밝힌 화재 조건은 △EGR 쿨러 누수가 발생한 생태 △EGR 밸브가 일부 열림으로 고착된 상태에서 고속주행 △배출가스 후처리시스템(DPF/LNT) 재생 순이다.

시속 90∼120㎞ 주행 시 EGR 쿨러 누수로 쌓인 침전물이 EGR 밸브를 통해 들어온 고온의 배기가스와 만나 불티가 발생하고, 이 불티가 엔진룸 흡기시스템(흡기매니폴드)에 붙어 불꽃이 확산하며 화재가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불꽃은 고속주행으로 공급되는 공기와 만나 커지며 흡기기관에 구멍(천공)을 냈고, 점차 불꽃이 확산하며 엔진룸으로 옮겨가 화재가 커졌다.

조사단 관계자는 “시험 차량의 EGR 밸브를 열어둔 상태에서 가속하자 과열로 불티가 발생하면서 흡기다기관에 천공이 챙기며 화재가 시작됐다”면서 “이번에 중간조사결과를 토대로 현재 진행 중인 리콜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EGR 쿨러 파손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해 EGR 시스템 제어 관련 프로그램인 전자제어장치(ECU)의 발화 연계성, 또 다른 발화원인에 대해 시험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BMW코리아 “EGR 밸브, 이미 리콜 진행 中”

BMW코리아는 조사단 중간발표에 대해 억울함을 내비쳤다. 지난 8월 화재원인에 대한 독일 본사의 공식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 이미 EGR 밸브에 대해 언급했기 때문이다. 당시 BMW 주장에 따르면 EGR 쿨러 누수로 인해 침전물이 쌓이면, EGR 밸브로부터 유입된 고온의 배기가스가 만나 불이 날 수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현재 실시하는 리콜에서 EGR 쿨러, 밸브 등을 포함한 모듈 자체를 교환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BMW코리아는 조사단 시험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로 제기된 '흡기다기관' 전면적인 교체에 대해서도 국토부와 협의 중이다. 조사단 내부에서는 아직 흡기다기관 리콜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화재 주요 원인이라는 측과 발화 조건 중 하나일 뿐이라는 측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BMW코리아 측은 주요 화재 원인이 아니더라도, 향후 발생할 또 다른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조사단과 일부 단체들이 제기한 소프트웨어(SW) 결함이나 조작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부인했다. 물리적인 부품의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 EGR 밸브가 과도하게 열리는 현상은 ECU 자체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거나 SW와 관계없이 침전물이 낀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MW 관계자는 “이번 중간 조사 결과는 이미 밝혀졌고, 리콜을 시행 중인 것이 대부분”이라며 “정부와 조사단에서 좀 더 명확한 시험 결과를 도출하도록 최대한 협조하고, 오해를 쌓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시간에 쫓겨 진짜 원인 못밝히면 안돼”

여러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번 중간조사결과에 대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정부와 조사단이 연말이 다가오면서 실적 압박으로 급하게 준비한 것 같다는 인식이 있다. 이미 알려진 내용을 '재탕'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조사단이 화재원인이라고 주장하는 EGR 쿨러 누수가 무조건 화재 원인이라고 보기 힘들다”면서 ”EGR 밸브 고장이 원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하며 EGR 밸브가 고장난 건지 정확히 모르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BMW가 원가 절감을 위해 4기통 2.0 디젤엔진에 고압 EGR만 사용한 것이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BMW 고압 EGR 시스템은 배출가스 압력이 가장 높은 배기다기관과 흡기다기관 연결하는 구조인데, 배출가스가 DPF나 촉매 정화 장치 등을 거치기 이전이기 때문에 '수트(검댕)'가 많이 발생, 흡기 매니폴드가 쉽게 오염된다. 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기 쉽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BMW 화재 발생 원인은 근본적으로 엔진 설계 오류의 가능성이 있다”면서 “정부와 조사단 최종 결과 시간에 쫓겨 허술하게 만들어지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슈분석]'BMW 화재' 민관합동조사 100일…“여전히 뚜렷하지 못한 원인”
[이슈분석]'BMW 화재' 민관합동조사 100일…“여전히 뚜렷하지 못한 원인”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