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작지만 거대한 골치덩이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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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을 보기 힘들다. 일년 중 가장 날씨가 좋다는 가을의 정취도 느끼기 힘들다. 숨쉬기 힘들고 목도 칼칼한 것 같다. 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봄철 미세먼지로 힘겨워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또 찾아 왔다. 아침부터 미세먼지 농도를 살피고 때마다 마스크를 구입한다. 이제 미세먼지는 우리 생활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미세먼지 위협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달 30일 '아시아 태평양지역 대기오염의 과학적 해법'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 내용은 암담하다. 현재 아시아 지역 인구 92%에 해당하는 40억명이 건강에 해로운 오염된 공기를 마신다. 맑은 공기를 마시는 인구는 전체 8%도 안 된다.

UNEP는 아시아 경제 발전과 대기오염 속도가 비례한다고 분석했다. 2015년부터 2030년까지 아시아 경제 규모가 80% 성장할 것으로 봤는데 같은 기간 초미세먼지 농도도 5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대기오염이 단순히 공기오염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불청객인 오존은 쌀과 콩 등 곡물의 수확량을 감소시키고, 숲과 초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적극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당장 수억명 인구가 대기오염으로 고통 받을 것이 자명하다. 미세먼지가 어디서 어떻게 발생하는지 파악하고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미세먼지는 크기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환경정책기본법에서 입자의 크기가 10㎛ 이하인 먼지를 미세먼지, 입자 크기가 2.5㎛ 이하인 먼지를 초미세먼지로 분류한다. 자연현상, 인간활동을 통해 발생하지만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인체에 더 해롭다.

미세먼지는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주로 생성된다. 자동차, 발전시설에서 나오는 1차 오염물질이 대기 화학 반응에 의해 2차 오염물질을 형성해 만들어지는 것이 기본 기작이다. 황사와 미세먼지는 다르다. 황사는 바람에 모래먼지가 대기중으로 올라갔다가 서서히 떨어지는 현상이다. 칼슘, 철분, 마그네슘 등 토양성분을 주로 포함한다. 미세먼지는 황산염, 질산염, 유기탄소, 금속화합물 등 유해성분을 더 많이 포함했다.

미세먼지 문제 대응이 어려운 이유는 자동차 운행, 발전량을 일정 수준 이상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미세먼지 특성상 중국 등 해외에서 날아오는 물질을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현재 국내 발생 미세먼지의 30~40% 가량이 국외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비영리 민간 환경보건단체 '보건영향연구소'(HEI)가 지난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인구가중치를 반영한 한국의 연평균 미세먼지(PM2.5) 농도는 1990년 26㎍/㎥이으로 당시 OECD 평균치(17㎍/㎥)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회원국 가운데 7번째로 나쁜 수준이다. 이후 2015년까지 25년 동안 OECD 평균치는 15㎍/㎥로 낮아졌다.

반면 한국은 오히려 29㎍/㎥로 높아졌다. 터키를 제외하면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나쁜 수준이다.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일본(13㎍/㎥)이나 싱가포르는 물론 베트남, 몽골, 필리핀 등보다도 나쁘다. 우리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나라는 중국(58㎍/㎥), 북한(34㎍/㎥), 라오스(33㎍/㎥) 정도다. 인구가중치를 반영한 미세먼지 농도는 사람이 많은 만큼 가중치를 크게 주고 사람이 적게 살거나 살지 않는 지역에서 관측한 값은 가중치를 작게 줘서 다시 산출한 것이다. 실제 수치와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 초미세먼지 농도가 위험 수준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 실제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5년 28μg/m3, 2016년 30μg/m3, 2017년 31μg/m3로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일평균 초미세먼지 권고기준 25㎍/㎥을 뛰어넘은 수치다.

UNEP는 발전, 교통, 산업, 난방, 토지 이용, 가정 등 모든 분야에서 화석연료를 퇴출하고 에너지 효율 증대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하지 않으면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권고안을 모두 실행하면 아시아 지역에서 초미세먼지와 오존에 노출되는 인구는 60%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실외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1/3이 줄고, 실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도 200만명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인구는 1억명이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맑은 하늘을 보려면 변해야 한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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