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주요국은 1~2년 전부터 5세대(5G) 이동통신 등 초연결 인프라에 대한 세제 지원을 시작했다. 세제 지원은 인프라 취득, 보유, 연구개발(R&D), 인력양성 등 전 과정을 망라하고 세액 공제 규모 역시 파격적이다.
주요국의 세제 혜택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국가 전략 일환이다. 5G와 혁신 인프라 진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이탈리아, 5G로 경제혁신 추진
영국은 2017년 5G 인프라 세제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디지털혁명 선도를 위한 6000만파운드(900억원) 규모 조세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세제 혜택은 물론이고 직접 지원 방안도 담아 디지털 경제 혁신과 중소기업 지원 효과를 추구했다.
영국은 2018년부터 5년간 5G 관련 통신 설비와 초고속 유선 통신망을 구축하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사무실과 공장 등 설비에 부과되는 재산세를 100% 감면한다. 세제 혜택은 신규투자에 대해서만 지원된다.
또 4억파운드 규모 디지털 인프라 투자 펀드를 조성해 광통신망 구축을 지원하는 한편 도시와 취약지역 지원을 위해 7억4000만달러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영국은 이 같은 혜택이 5G 인프라 확산을 통한 디지털경제 성장을 위한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사지드 자비드 기업·커뮤니티·지방자치부 장관은 “전국에서 보다 많은 가정과 기업을 유무선 광대역에 연결하는 비용을 줄여 5G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는 디지털경제 혁신 전략 '인더스트리 4.0'과 연계한 2018년 예산법을 1월부터 시행했다.
예산법은 5G 기반이 되는 초광대역 네트워크와 사물인터넷(IoT)망, 클라우드 서버 등 혁신 ICT 설비 또는 기술을 취득할 때 감가상각을 확대하는 '가속상각' 방식으로 세금을 공제한다.
2018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민간기업이 취득하는 자산과 핵심기술에 대해 취득가액의 30% 또는 150%를 더해 감가상각비를 산정하도록 했다. 투자 기업 회계장부상 비용이 증가해 면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영국과 이탈리아는 국가 인프라로서 5G와 초광대역 인프라 역할을 명확하게 인식, 직접적인 지원책을 확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양국은 모두 세제 지원 목적으로 디지털콘텐츠와 UHD 방송, 산업용 네트워크 혁신에 일조해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명시했다.
◇미국·EU, 자율성 위주 5G 지원
미국의 5G 세제 지원은 민간자율과 R&D 확산 차원에서 접근한다.
미국은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과 무선산업 컨소시엄(Wireless Industry Consortium)을 주축으로 5G 프로젝트 '진화된 무선 연구 프로젝트(PAWR)' 연구를 시작했다.
정부는 프로젝트 참여 또는 펀딩 기업을 대상으로 이익의 최대 10% 범위 내에서 연방소득세 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미국 연방 소득세는 소득의 21~30%가량으로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다. 일괄 혜택이 아닌 프로젝트 참여 방식으로 민간 기업의 국가과제 인센티브를 유도해 상호 '윈윈'을 추구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럽연합(EU)은 2017년 5G 효율적 도입과 운영을 위한 공동연구를 통해 28개 회원국에 공통된 5G 구축 일정을 제시하는 한편 민간기업 주파수 비용 절감을 권고했다.
연구 내용은 주파수 면허기간이 길고 경매가격이 낮을수록 5G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높아질 수 있다며 회원국에게 적정 수준의 할당대가를 산정할 것을 조언했다. 또 회원국 내 통신사가 5G 주파수 할당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도록 26㎓ 대역 할당 등 과정에서 허가방식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U는 디지털 단일 경제권 추진 과정에서 권역 내 동일한 5G 주파수 정책과 합리적 할당대가로 인프라 구축 속도를 높이려는 포석이다.
이밖에도 일본은 IoT와 산업용로봇, 인공지능(AI)에 특화한 세제 혜택을 담은 '정보연계투자 등의 촉진에 관한 세제'를 올해부터 2021년까지 시행 중이다.
정보투자사업으로 인증한 분야에 대한 설비투자에 대해 취득원가 3%를 법인세 또는 소득세에서 감면한다. 투자 금액이 전년보다 증가할 경우에는 세액공제 혜택을 5%로 확대한다. 제조업 강국으로서 스마트 공장 진화 속도를 높이기 위한 특정 산업 맞춤형 세제 정책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국가가 5G와 초고속 통신망 구축이라는 특정 산업에 대해 적극적 세제 혜택을 마련한 것은 이례적이다. 5G 상용화를 앞두고 민간 기업은 성장 정체와 수익모델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정부가 지원해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선제적인 인프라 지원은 3~5년 내 분명한 디지털 경제 혁신 효과로 나타난다는 확신도 반영됐다.
ICT 전문가는 “세계 각국이 다양한 명칭으로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는 가운데 핵심 인프라인 5G 확산을 서둘러야 한다는 위기감이 고조된다”면서 “우리나라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세제 지원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