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과기과계장관회의 '리더십' 확보가 관건...'규제해소, 미래먹거리 발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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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가 '국가기술혁신체계(NIS) 2.0' 추진 컨트롤타워로 11년 만에 부활했다. '과학기술 기반 국정운영' 실현이라는 목표 아래 이낙연 국무총리가 키를 잡았다. 국가 R&D 예산 20조원 시대를 맞아 연구 성과 확산, 규제혁신, 미래먹거리 육성 등 시급 과제와 마주했다. 부처 칸막이를 뛰어넘는 강력한 리더십, 실효 있는 안건 발굴과 대안 제시가 요구된다.

◇'부활' 아닌 '업그레이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는 참여정부 시절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위해 설립했다. 과학기술부총리를 의장으로 하고 관계부처 장관이 모여 논의를 펼쳤던 회의체다. 2004년부터 3년 동안 열리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과기부총리제가 폐지되면서 사라졌다.

이후 과학기술정책 관련 신속한 의사결정과 협업이 어렵고 칸막이로 인한 비효율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따랐다. 문재인 정부는 과학기술혁신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참여정부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11년 만에 복원했다. 지난해 6월 범부처 협의·조정기구로서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신설하고R&D 혁신을 위한 '국가R&D 혁신방안'을 수립했다. 이어 R&D 혁신 이행 점검, 혁신성장 관련 정책 결정 기구로 과기관계장관회의를 낙점했다.

과기관계장관회의 운영 목표는 '과학기술 기반의 국정 운영'이다. 국정 전반에 과학기술을 반영해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국가R&D 혁신의 신속한 실행 △혁신성장 지원 △국민 생활현장 문제해결에 주도적 역할 수행이 핵심 기능이다. '국가R&D 혁신방안 실행계획'을 이행하고 부처별·분야별 세부 전략을 보완한다. 혁신성장 선도를 포함한 미래 유망 분야에서 범부처가 관련된 규제, 선도사업 해결방안을 신속히 마련한다.

정부가 그리는 과기관계장관회의 운영방식은 참여정부 때와는 다르다. 단순히 회의체를 부활하는데 그치지 않고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췄다. 참여정부 과기관계장관회의에서는 사전 조율이 완료된 안건을 의결하는 사례가 많았다.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하기보다 소속 부처 R&D 사업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경향이 짙었다.

현 정부 과기관계장관회의는 과거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부처 간 쟁점이 있는 실무 사항을 발굴, 협의할 계획이다. 기존 의결 사항을 다시 안건으로 올리는 요식 회의가 아닌 부처 공동 대응 사업을 찾아 역할을 조정하는 자리로 활용한다.

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기혁신본부장은 “부처 간 협의가 되지 않은 주제도 안건으로 상정하여 장관 간 허심탄회한 토론을 거쳐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실행해나갈 계획”이라면서 “과기장관회의는 참여정부 때보다 강력한 실행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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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전문성 갖고 규제혁신·산업육성 방안 내놔야

과기관계장관회의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다. R&D 성과 확산, 신성장동력 육성 등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구호로 외친 과제가 여전히 미완이다. 부처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역할 설정이 명확치 않아 속도가 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과기관계장관회 출범도 이런 난맥과 궤를 같이한다.

과기계는 규제혁신, 새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범부처 R&D 계획 수립 등을 시급 과제로 꼽았다.

최근 가상화폐 등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정부 규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규제 방향을 두고 부처가 엇박자를 내거나 대책을 내놓지 못해 혼란을 키웠다. 4차 산업혁명 대응에서도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R&D, 산업 육성 계획이 뚜렷하지 않다. 기존 주력산업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신산업 육성 계획은 개론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는 “이낙연 총리가 규제혁신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과기관계장관회의 의장을 맡은 것은 규제혁신에 있어 전기가 될 수 있다”면서 “가상화폐 등 다양한 신산업 분야 규제에 부처 대응이 미흡한 만큼 과기관계장관회의에서 부처 협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교수는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한 R&D 계획, 산업 육성 방안 마련도 시급한 문제”라면서 “신성장 동력 육성에 있어 부처별 역할을 정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작업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과기관계장관회의라는 이름에 걸맞은 리더십 확보도 주요 과제다. 참여정부 당시 과기관계장관회의는 총 28회 열렸다. 대형국가연구개발 실용화사업 후보과제 선정,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발굴 등 부처 간 협력으로 성과를 냈지만 상당수 회의가 부처 단독 R&D사업을 심의·의결하는데 그쳤다.

회의를 거듭할수록 장관 참여율이 떨어지면서 차관, 실장이 대신 참석하는 사례도 늘었다. 11년 만에 부활한 이날 첫 회의도 국회 참석 등으로 기재부, 산업부 등 6개 부처 장관이 참석하지 못했다.

과거에는 회의 안건 또한 시의성이 떨어지는 안건이 상정돼 관심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안건 상정 등 운영과 관련해 과기정통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무총리가 부처 간 이해관계 조율 등 큰 틀에서 리더십을 행사하고, 과기정통부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회의에서 조정이 필요한 이슈를 발굴, 상정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회의체 운영과 관련해 과기정통부가 안건 상정 등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타 부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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