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타 면제 사업, 신중해야 한다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 사업이 늘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집계한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에 따르면 예타 면제 사업은 2015년 13건에서 올해 26건으로 늘었다. 3년 만에 2배로 껑충 뛰었다. 사업비로 따지면 1조4000억원에서 11조9000억원으로 8.5배 늘었다. 예타 면제를 추진하는 사업은 내년에 더욱 늘어난다는 예측이다. 정부가 최근 혁신 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역 공공 투자 사업에 대해 면제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예타는 경제성 및 재원 조달 방법 등을 검토해 사업성을 판단하는 절차로, 1999년에 도입됐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올해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관됐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원을 넘고 국가 재정 지원이 300억원 이상인 사업은 반드시 예타 조사를 거쳐야 한다. 다만 청사와 같은 공공건물 신·증축, 문화재 복원, 국가에서 필요한 사업에 한해서는 면제 규정을 두고 있다. 예외 조항을 둔 데는 정책상 반드시 필요한 사업은 과감히 추진하라는 배경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면제 사업이 늘어나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불과 3년 만에 건수 면에서 두 배, 사업비로 8배 이상 늘었다면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예타 조사를 거치는 배경은 단순하다. 예산 낭비를 방지해서 국가 재정을 효율 높게 운영하자는 취지다. 예타 조사 면제 사업이 늘면 아무래도 예산이 방만하게 집행될 가능성이 짙다. 자칫 제도가 유명무실화되면서 무분별한 선심성 사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책상 불요불급한 사업은 예타 조사 면제가 필요하겠지만 최소화해야 하는 게 옳다. 예타 조사를 면제받더라도 반드시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기본 심사는 이뤄져야 한다. 예타 조사는 과정도 번거롭고 사업 추진 기관 입장에서 껄끄러운 게 사실이다. 그래도 예타 조사로 인한 실효성은 존중해야 한다. 세금은 공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집행 기관 입장에서 책임감도 덜하다. 결국 현미경 같은 조사가 모럴 해저드(도덕성 해이)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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