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폰 무덤'으로 불리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와 샤오미 도전이 거세다. 두 업체는 온라인 유통채널을 확대하고 발 빠르게 해외 인기 제품을 들여오는 등 국내시장 점유율 확대에 힘을 쏟는다. 삼성전자·애플·LG전자가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화웨이·샤오미 공세가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관심이다.
◇화웨이 강점&약점
올해 국내 시장에서 화웨이가 거둔 최대 성과로는 △온라인 유통채널 대폭 확대 △이통 자회사 사후서비스(AS) 채널 활용 등이 꼽힌다. 외산 스마트폰 '허들'인 유통과 AS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는 평가다.
앞서 화웨이는 이통사와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등 유통채널에서만 스마트폰·태블릿PC를 판매했다. 이통사와 물량 공급 협상이 원활하지 못할 때는 신제품을 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마트 일렉트로마트는 죽전점을 제외하곤 2년 만에 철수하는 등 기대에 못 미쳤다.
화웨이는 유통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마켓' 신규 입점에 집중했다. 그 결과 11번가·G마켓·옥션 등 오픈마켓을 비롯해 티몬·쿠팡 등 소셜커머스 입점에도 성공했다. 내년에는 온라인 매출을 올해보다 갑절 이상 올리겠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이동통신 자회사 인프라를 활용, AS 체계를 개선했다. 소비자가 비와이(Be Y) 시리즈 스마트폰·태블릿·에그 등을 전국 250여개 KT M&S 직영점에서 편리하게 서비스 받을 수 있도록 했다.
AS 항목은 △제품 불량 검사 △리퍼 제품 교환 △수리 택배 접수 등이며 향후 서비스 카테고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전국 66개 공인 AS센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AS 문제는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화웨이 일본 지사와 빠른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올리버 우 화웨이 컨슈머 비즈니스 그룹 부사장은 우리나라와 일본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온라인을 통한 국내 자급제 스마트폰 시장 진출은 일본 성공 노하우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세계 최초 '트리플 카메라'를 선보이는 등 기술 선도 이미지를 굳건히 한 것은 물론, 세계 3위 제조사 명성은 화웨이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다.
약점도 분명하다. 미국·캐나다·호주 등에서 불거진 이동통신 네트워크 보안 이슈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확대를 가로막는 결정적 장애물이 됐다. 소극적 스마트폰 출시 마케팅도 문제다. 화웨이가 국내에서 스마트폰 출시 행사를 개최한 건 2016년 P9·P9플러스 출시 때가 유일하다. 브랜드 존재감을 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화웨이 스마트폰에 대한 확고한 이미지가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국내에서 선보인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P9 시리즈가 유일하며 X·Y·노바 시리즈 등 중저가폰 위주로 판매했다. '프리미엄' '가성비' 등 화웨이 스마트폰을 대표할 수식어가 부재라는 점은 치명적이다. 신형 스마트폰 출시 시기가 불규칙하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샤오미 강점&약점
샤오미는 올해 이통사 온라인 유통 채널에 정식 진입하는 동시에 해외에서 반향을 일으킨 홍미노트5·포코폰F1 등을 빠르게 들여오는 성과가 돋보였다. 미비했던 고객서비스를 보완했다는 평가다.
샤오미 최대 강점은 '미팬'으로 불리는 고정 마니아 확보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스마트폰 가치를 극대화한 것이다.
해외에서 흥행을 거둔 스마트폰을 국내에 빠르게 들여왔다는 점은 샤오미의 달라진 모습이다. 국내 총판 지모비코리아는 포코폰F1이 인도에서 5분 만에 300억원치 물량이 완판 되는 등 인기를 얻자 본사와 협상해 국내 출시를 신속히 결정했다. 포코폰이 중국·인도·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의사결정이 상당히 빨랐다.
새로운 스마트폰을 국내에 선보일 때마다 별도 행사를 마련하고 액정 교환 80% 할인권을 제공하는 등 이벤트·프로모션에도 각별히 신경 썼다. '마진 5%' 정책을 고수하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양을 갖추고도 40만원대 초반 가격을 책정한 것은 분명한 차별화 전략이다.
이 밖에 샤오미는 이통사·오픈마켓 등과 신제품 출시를 협상할 때 '최소물량 조건'을 제시하지 않거나 경쟁사보다 기본 수량을 낮게 책정하는 등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유통채널을 빠르게 확장했다.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국내 이동통신사 매장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샤오미 스마트폰 존재를 확인하기 어렵다. 샤오미 스마트폰 유통채널은 이통사 온라인 직영점을 비롯해 오픈마켓·소셜커머스 등이 대부분이다. 화웨이가 이통사 매장에 입점한 것과 대조된다. 온라인 채널 특성상 젊은 층 고객이 주를 이룬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프라인 채널 확장을 통한 다양한 고객 유치가 절실하다.
기술 선도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점도 숙제다. 샤오미는 포코폰F1에 스냅드래곤 845 칩셋을 탑재, 대용량 메모리·배터리를 장착하는 등 프리미엄급 스펙을 지향했다. 그러나 샤오미 스마트폰을 대표할 최신 기술력을 손에 꼽긴 어렵다.
스마트폰 경쟁은 스펙 중심에서 신기능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스펙만을 앞세우면 경쟁사를 앞서나가기가 어렵다. 국내 지사·직영매장·직영 AS센터 등이 부재하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사항이다.
◇두 제조사 전망과 과제는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외산폰 점유율은 8.7%이다. 화웨이·샤오미 점유율을 합치더라도 5%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승승장구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체험 기회'를 제공할 여건이 부족하다는 건 공통 한계다. 삼성전자·LG전자는 스마트폰 공개와 동시에 전국 매장에 체험존을 구축, 제품 구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지만 화웨이·샤오미 제품은 불가능하다. 온라인에서 사양·성능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 게 사실상 전부다. 소비자 구매를 유인할 '결정적 한방'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 고정 라인업이 없다는 것도 아쉽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갤럭시노트, LG전자는 G시리즈·V시리즈로 이어지는 고정 라인업을 갖추고 있지만 화웨이·샤오미는 정기 출시를 기대할 수 있는 제품이 전무하다. 소비자 재구매를 이끌어낼 요인이 마땅치 않다.
이통사가 '중국폰' 출시에 여전히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극복 과제다. 이통사는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화웨이·샤오미 스마트폰 출시를 결정하더라도 홍보에는 소극적이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주요 파트너 눈치를 고려한 판단이라고 볼 수 있지만 중국폰에 부정적인 소비자 인식을 의식했을 공산도 크다. 이미지 개선이 시급하다.
자급제 스마트폰 시장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호재다. 이통사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활로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만원에 육박하는 아이폰이 등장하는 등 고가 스마트폰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에게는 화웨이·샤오미 스마트폰이 확실한 대안이다. 이통사 지원금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
세컨드 브랜드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조건은 잠재적 무기다. 화웨이는 '아너(Honor)', 샤오미는 '포코(Poco)'라는 세컨드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같은 제조사가 만들지만 색깔이 전혀 다른 스마트폰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게 효과적이다. 이미 샤오미는 국내에 포코폰 시리즈를 도입, 변화 방아쇠를 당겼다. 화웨이도 아너 시리즈를 국내에 도입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화웨이·샤오미 스마트폰을 찾는 소비자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국내 시장점유율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면서 “애플처럼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신뢰만 보장할 수 있다면 '10% 점유율 벽'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