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국가 슈퍼컴퓨터는 1988년 1호기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창출했다. 국내 기업이 슈퍼컴퓨터 인프라를 활용해 이익을 극대화한 경우도 적지 않다.
슈퍼컴퓨터 산업 적용 사례는 슈퍼컴퓨터 1호기 도입 당시부터 있었다. 기아·대우·쌍용자동차가 국산 자동차 제작에 필요한 차량 충돌과 금형·엔진·타이어 설계를 비롯한 각종 시뮬레이션 과정에 1호기를 활용해 개발 기간과 비용을 단축했다.
당시에는 200대의 시작차를 제작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시뮬레이션으로 이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고, 차종당 45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용을 절감했다. 차량 모의실험도 기존 30일이 소요된 것을 이틀 안에 마무리해 1기당 1억원에 이르는 더미인형 비용을 아끼고 전체 자동차 개발기간도 크게 단축시켰다.
슈퍼컴퓨터 3호기는 기존에 알루미늄과 종이를 쓰던 환기장치용 배기열 회수 열교환기를 플라스틱 소재로 바꾸는 데 일조했다. 가교테크가 관련 제품 개발에 앞서 3호기를 활용해 열전달 특성 규명, 최적설계기술 확보를 진행했다. 이 결과로 당조 10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 개발시간을 1개월로, 개발 비용은 12억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90%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전년 대비 신규매출도 6억원이나 추가 확보했다.
LG화학과 진인을 비롯한 화학·생명 분야 기업도 슈퍼컴퓨터 인프라를 활용해 큰 성과를 거뒀다. LG화학은 심근경색, 심정맥혈전 등 치료제를 개발해 1997년 4000만달러 수출 실적을 거뒀다. 진인은 세균 판별 DNA 칩을 2개월 만에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비교적 최근인 슈퍼컴퓨터 4호기 활용시기에도 성과 사례가 다수 나왔다. 엔유씨전자가 4호기를 기반으로 착즙률을 극대화하는 스크류 형상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원액기 착즙률은 85% 높이면서, 개발시간과 비용은 당초 계획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엔유씨전자의 원액기 매출은 2010년 19억원에서 2011년 298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4호기 인프라는 문화 분야에서도 쓰였다. 2009년 스키점프를 다룬 영화 '국가대표'의 점프 활강 모습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하는데 4호기를 활용했다.
슈퍼컴퓨터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분야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거듭해 내놓았다. 대표 사례가 기후·기상 분야다.
기상청이 슈퍼컴퓨터 1호기를 활용해 우리나라 기후와 지형에 맞는 일기예보용 수치예보 모델을 개발했다. 이 결과로 종전까지 30시간이 걸리던 일기예보 모델 분석을 1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 때 슈퍼컴퓨터 유용성을 확인한 기상청이 자체 일기예보 전용 슈퍼컴퓨터 도입을 결정하게 된다.
이후 슈퍼컴퓨터 3호기 활용시기에는 기후·기상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이르렀다. 지구 대기, 해양, 해빙, 지면 접합 대순화 모형화로 기후와 기상 상태를 예측하는 시스템이었다. 현재 체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미 당시에도 엘니뇨나 라니냐와 같은 현상을 발생 3개월 전에 예측할 수 있었다. 예측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6개월 전 예측도 가능했다.
4호기는 대체작물 미래 생산성 정보 자료 생성하는 역할도 맡았다. 백년 뒤 생산 예측 정보 획득, 초고해상도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필지 면적 생산성 예측도 가능하게 했다.
<표>KISTI 슈퍼컴퓨터 활용 연구개발(R&D) 과제 (단위 : 개)
<표>슈퍼컴퓨터 활용 기업 주요 성과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