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에 대규모 구조조정 한파가 또 다시 불 전망이다. 현대카드를 시작으로 시중 카드사가 떨어진 수익성에 대응하기 위해 일선 영업 인력을 대거 줄일 계획이다. 은행도 구정조정 여파가 이어진다. 반면 전체 인력 조정 가운데서도 IT 인력 채용은 늘리고 있다.
모바일 금융 환경이 확대되면서 카드사와 은행 모두 전통 영업, 마케팅 인력은 줄이면서 디지털 인력은 대거 충원하는 것이다. 금융 산업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인력뿐 아니라 금융사 자체가 디지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변화를 시작했다.
시사 하는바가 크다. 사실 국내 금융사는 모두 항아리 형태 조직을 고수해 왔다.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지점, 혹은 영업점에서 성과를 내야만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다. 때문에 전통 영업방식으로 살아왔던 이들이 경영진이 되고,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조직체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ICT기반 기술이 접목되면서 변화를 시작했다. 변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생존 자체가 힘들다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
하나금융, KB금융, 신한금융 등 시중 대형 지주사는 물론 은행, 증권, 카드사 모두 '디지털' 기반으로 조직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창구 대신 모바일로 고객을 만나고, 콜센터는 물론 영업 창구 일선까지 IT기술을 도입한다.
이제 IT전문가가 은행장, 혹은 금융사를 이끄는 경영자로 등극할 때가 왔다. IT기술을 보조적 영업수단으로만 인식하는 기존 경영 방식은 이미 해외에서도 '실패'의 쓴맛을 봤다.
글로벌 은행은 이제 IT기술을 접목한 혁신 플랫폼 구축에 천문학적 투자를 한다. 디지털 전문가 영입에도 막대한 비용을 쓴다. 기업의 '백년대계'를 논하면서 IT를 빼놓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아직 한국은 IT출신이 최고 경영자가 되는 사례는 없었다. 금융 혁신을 위해 ICT출신 은행장이 나와 '금융 메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줄줄이 터지고 있는 금융 채용비리, 거센 구조조정의 폭풍에도 견실한 금융 체계를 만들기 위해 IT인이 금융시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혁신'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